스마트편의점인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에 도입한 생체 정보 인식 결제 시스템인 ‘핸드 페이’ 사진제공 세븐일레븐
세계 최초로 손바닥만 대면 물건값이 결제되는 시스템이 편의점에 등장했다. 국내 편의점은 3만3천여개, 1개 편의점당 인구수는 1700명으로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경쟁은 점포수를 늘리는 것에서 쇼핑 경험의 질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중심이 옮아가고 있다. ‘똑똑한 편의점’ 경쟁에서 의미 있는 신호탄을 쏘아 올린 곳은 29년 전인 1989년 편의점 1호를 연 세븐일레븐이다.
세븐일레븐은 16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31층에 최첨단 스마트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를 열었다. 롯데그룹 계열사가 협력해 개발한 첨단 유통·결제 시스템을 도입한 첫 편의점이다. 시그니처는 일종의 테스트 점포로, 7월 말까지 롯데 계열사 직원 2000명을 대상으로 운영한다. 세븐일레븐은 이곳에서 효율성과 편리성을 검증한 뒤 기존 편의점에 도입해 스마트 편의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가장 눈에 띄는 기술은 ‘핸드 페이’(Hand Pay)이다. 손바닥 정맥의 굵기·선명도·모양은 홍채나 지문처럼 사람마다 다른데, 이 정보를 활용한 결제 시스템의 상용화는 세계 최초다. 시그니처에서는 정맥 정보를 등록한 롯데카드가 있으면 현금·카드·스마트폰 없이 손바닥만 대고도 결제할 수 있다. 편리하지만 생체 정보라는 개인 정보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보안 우려가 따른다. 이에 대해 명제선 롯데카드 디지털사업부문장은 “생체 정보 자체를 그대로 저장하지 않고 해독 불가능한 문자로 바꿔서 저장한다. 암호화한 정보는 금융결제원과 나눠 저장하고, 일부 정보가 있더라도 생체 정보를 완전히 복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쇼핑 편의성을 높인 ‘360도 제품 스캐너’도 도입했다. 계산대의 컨베이어 벨트에 상품을 올리면 바코드 위치와 상관없이 제품 정보를 인식한다. 기존 셀프 계산대는 소비자가 스캐너를 들어 제품에 인쇄된 바코드를 인식시켜야 하는데, 이 절차가 필요 없게 됐다. 김영혁 세븐일레븐 기획부문장은 “최근 점포에서 일하는 메이트(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업무의 64.7%가 단순 계산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부분만 자동화해도 다른 업무에 시간을 쓸 수 있고 노동의 질 또한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무인 결제 시스템 도입으로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에 대해서 그는 “국내에 완전 무인 편의점이 등장하려면 20년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당분관 관련 일자리는 줄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다른 경쟁 편의점업체들도 똑똑한 쇼핑 기술 개발에 나섰다. 편의점 씨유(CU) 관계자는 “1인 근무가 더 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발주·계산 등 업무 과정을 개선한 차세대 포스(POS·판매시점 관리 시스템) 개발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심야에는 무인 운영, 주간에는 유인 점포로 이원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매출 1위를 기록한 지에스(GS)25는 소비자의 구매형태를 분석해 점포에 들어설 때 소비자에게 유용한 쇼핑 정보를 알려주는 인공지능 쇼핑 비서 시스템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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