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의 온라인몰 더한섬닷컴은 올해 7개 브랜드의 온라인 전용 상품을 내놓았다. 사진 더한섬닷컴 화면 갈무리
‘지는 유통’은 버리고, ‘뜨는 유통’에 집중한다. 소비심리 위축에 큰 타격을 입고 있는 패션기업들이 실속있는 유통 경로를 공략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패션업계가 과감하면서도 분주하게 움직이는 이유는 전례 없는 시장규모 축소 때문이다. 3일 한국섬유산업연합회의 ‘한국 패션시장의 2017년 실적과 2018년 전망’ 보고서를 보면, 올해 국내 패션시장 규모는 금융위기가 있던 2008년 이후 9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올해 패션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0.3% 줄어, 43조408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에는 3%대 성장을 예상했지만, 이 부분도 장담하기 힘들다. 애초 섬유산업연합회는 올해 패션시장 규모가 2.7%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의류와 신발의 소비 위축이 강해 전망은 빗나갔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2008년은 세계 금융위기 여파가 있었다지만, 올해는 그런 이슈가 없었는데도 마이너스 성장으로 전환하게 됐다”며 “지난 4~5년간의 저성장 경향과 소비심리 위축, 인구 감소 등의 영향이 맞물려 시장 축소라는 상황을 맞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브랜드 정리 수순에 들어갔던 빈폴키즈를 가성비를 높여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새롭게 선보였다. 사진제공 삼성물산 패션부문
이런 상황에서 의류업체들은 실적 개선을 위해 내실화에 나섰다. 가장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는 분야는 유통 구조의 변화다. 휠라코리아는 골프 의류·용품 브랜드 ‘휠라 골프’를 최근 백화점에서 철수하고 있다. 별도 대리점도 대부분 정리 절차를 밟고 있다. 휠라코리아는 유지 비용이 많이 드는 백화점·대리점 유통을 포기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했다. 휠라골프는 내년 상반기 골프 의류·용품 대형 편집숍과 골프장 내 매장을 중심으로 자사 제품을 유통할 방침이다. 휠라코리아는 “온라인 유통과 골프 관련 제품 전문점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고, 이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의 추세와도 흐름이 같다”며 “이처럼 유통 채널을 전환하면 백화점 등 기존 채널보다 높은 이익을 볼 수 있어 안정적인 수익 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인·타임·시스템 등 백화점 의류 대표 브랜드를 여럿 보유한 한섬은 온라인몰 강화에 힘을 쏟는 중이다. 한섬은 최근 7개 대표 브랜드의 온라인 전용 상품을 동시에 선보이면서 자사 온라인 쇼핑몰인 ‘더한섬닷컴’의 차별화 전략을 제시했다. 고급 의류 소비마저도 온라인몰로 중심이 옮겨가고 있는 것을 반영한 것이다. 한섬 관계자는 “온·오프라인 동일 가격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올해 1~8월 온라인·모바일 부문 매출이 지난해 같은 부문의 전체 매출을 넘어설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 중”이라며 “더한섬닷컴을 ‘프리미엄 패션몰’로 차별화하기 위해 온라인 상품 기획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해 빈폴맨과 통합해 정리 수순에 들어갔던 브랜드인 빈폴키즈를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전환하고 가격도 많이 낮춰 올해 9월 다시 선보였다.
운영 브랜드의 점검과 재정비도 한창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 8월 수입 브랜드인 바나나리퍼블릭 사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올해 하반기 내놓을 예정이었던 신규 핸드백 브랜드 사업도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에는 삼성물산이 엠비오 등의 브랜드 운영을 중단한 데 이어, 엘에프(LF)는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27년 된 대표 남성복 브랜드인 타운젠트를 정리했다. 대신 엘에프는 핵심 소비자층의 연령 등을 고려해 비즈니스 캐주얼 품목을 강화한 블루라운지 마에스트로를 지난 9월 선보였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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