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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쇼핑·소비자

편의점 판매·공급 중단했지만…액상 담배 어찌하오리까?

등록 2019-10-27 17:49수정 2019-10-28 02:38

정부 메시지에 화들짝 놀란 편의점의 신속 대응
유해성 판단 없는 탓 혼란 여전…소매상, 매출 급감에 울상
24일 서울 시내 편의점 GS25에서 점원이 판매중단된 가향 액상 전자담배를 수거하고 있다. GS25는 정부의 사용 중단 권고에 따라 24일부터 쥴에서 생산하는 액상 담배 트로피칼·딜라이트·크리스프 3종과 KT&G의 시트툰드라 1종 등 총 4종의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24일 서울 시내 편의점 GS25에서 점원이 판매중단된 가향 액상 전자담배를 수거하고 있다. GS25는 정부의 사용 중단 권고에 따라 24일부터 쥴에서 생산하는 액상 담배 트로피칼·딜라이트·크리스프 3종과 KT&G의 시트툰드라 1종 등 총 4종의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경고 수위를 ‘사용 자제’에서 ‘사용 중단’으로 높인 뒤, 편의점 4사가 일제히 일부 제품 퇴출에 나섰다. 하지만 ‘달달한 과일 향’이 없는 제품은 정상 판매하는 데다, 대응 방향도 갈려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일부 소매상은 “궐련담배보다 유해하다는 증거를 내놔라”며 반발하고 있다.

■ 무가향은 괜찮나?

27일 현재 편의점 업계 1위 지에스(GS)25 매대에서는 향이 들어간(가향) 액상형 전자담배 4종이 사라졌다. 쥴(JUUL)의 ‘트로피칼’, ‘딜라이트’, ‘크리스프’ 3종과 케이티앤지(KT&G)의 ‘시드 툰드라’ 등 4종이다. 하지만 씨유(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의 일부 점포에서는 이들 제품을 여전히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재고 소진 뒤 추가 발주를 멈추는 ‘공급 중단’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공급 중단을 선택한 업체의 한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재고 소진에는 1주일~1달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에스25 쪽은 “가향제품 물량이 많지 않고 유통기한도 없어서 안전성 검증 뒤 재고 처리(재판매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가향 액상 담배에 속하지 않는 박하향 등 5종은 정상 판매된다. 정부가 액상제품 전반에 규제를 강화하려는 것과 차이가 난다. 지에스25 관계자는 “미국에서 가향 제품이 청소년 흡연 유도 등을 이유로 규제 수위가 높은 점이 고려됐다”고 했다. 세븐일레븐이 유사 액상담배인 ‘버블몬’ 판매를 지속하는 것도 뒷말을 낳는다. 업체 쪽은 ‘버블몬’은 연초 잎이 아닌 줄기에서 추출한 니코틴으로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담배’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내 건다.

■ 긴박했던 ‘중단’ 선언

편의점 업계는 지난 23일 정부 대책 발표 직후 긴박한 분위기였다. 24일 판매 중단을 선언한 지에스25에 이어 25일 저녁 씨유가 공급 중단을 선언했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도 주말인 26일 오전에 긴급히 동참했다. 지에스25 발표 당시 ‘이르다’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것과 달라진 분위기다. 한 경쟁업체 관계자는 “계약사항을 검토하고 점주들 의견을 수렴해 다음주쯤 방침을 발표하려 했지만, 경쟁사 움직임이 빨라 재빨리 결정했다”고 했다.

일단 정부 지침 변화와 강경 메시지에 업체가 발맞추는 모양새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엄정 대처를 주문하면서 △사용 중단 강력 권고 △액상제품 유해성 검증 △‘담배’ 정의 확대 및 규제 강화 등을 뼈대로 하는 강경책을 내놨다. 가향 액상제품 매출이 크지 않은 점도 공급·판매 중단 결정을 신속하게 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담배는 편의점 매출의 40%에 이르지만, 담배 매출 중 액상제품 비중은 1% 정도, 가향제품은 0.6~0.7%에 그친다. 한 편의점업체 관계자는 “매출 타격이 크지 않고, 소비자 건강권 존중이라는 이미지 제고 효과가 더 크다”고 했다.

■ 소매상은 반발

일부 액상제품 판매업체의 반발도 있다. 소규모 유통업체가 그 중심에 섰다. 전국 500여명 소매상으로 구성된 한국전자담배협회의 김도환 협회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미국은 액상대마 성분인 티에이치시(THC·테트라하이드로카나바이놀)가 폐질환의 유력한 원인으로 꼽혀 한국과 상황이 다르다”며 “액상제품 유해성의 근거가 어딨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김 협회장은 “대부분 소매상은 액상제품 매출비가 99%다. 지난달 ‘사용 자제’ 권고 뒤 매출이 반토막난 곳도 있다”고도 했다. 정부가 부실한 근거를 앞세워 액상형 전자담배 공포를 조장하고 있으며, 이에 소매상이 울상을 짓고 있다는 얘기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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