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이 어려운 유색 페트병을 퇴출한다는 취지의 자원재활용법 시행에 따라 음료·주류업계가 유색 페트병에서 투명 페트병으로 속속 바꾸고 있다. 다만 약 5년의 ‘유예기간’을 받은 페트병 맥주는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서울장수주식회사는 출시 25년만에 '장수 생막걸리’ 초록색 페트병을 투명 페트병으로 교체한다고 10일 밝혔다. 우선 국내산 장수막걸리에 우선 적용한 뒤 수입산 쌀로 만든 제품은 다음달까지 교체할 예정이다. 회사는 투명한 페트병을 쓰는 대신 상징색인 초록색을 유지하기 위해 라벨을 초록색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장수주식회사 관계자는 “자외선을 차단해 제품 변질을 막기 위해 초록색 페트병을 써왔는데, 정부 정책에 따라 자외선 차단 효과가 있는 투명 페트병을 사용하기로 했다”며 “초록색 페트병과 비교해 기능적 차이가 없고, 원가 변동도 없다”고 말했다. 초록색 ‘국순당 생막걸리’ 등을 만드는 국순당도 “초록색 페트병 교체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장수 생막걸리’ 초록색 페트병이 25년 만에 투명 페트병으로 바뀐다. 서울장수주식회사 제공
출시 35년 만에 투명 페트병으로 바뀔 예정인 칠성사이다. 롯데칠성음료 제공
앞서 롯데칠성음료도 1984년 초록색 칠성사이다를 내놓은 지 35년 만에 투명 페트병으로 바꾼 바 있다. 롯데칠성은 지난달부터 500㎖ 제품 먼저 무색 페트병을 적용했고, 오는 2월까지 300㎖·1.25ℓ·1.5ℓ·1.8ℓ 전 제품에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유색 페트병을 쓰는) 마운틴듀와 탄산수 트레비도 올해 안에 모두 투명 페트병으로 바꿀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이런 변화는 지난달 25일부터 시행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개정안에 따른 조처다. 개정안은 투명 페트병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재활용이 어려운 유색 페트병 등의 사용을 금지하는 게 핵심으로, 이런 페트병을 사용한 제품은 개선 명령 대상이 되며 1년이 지난 후에도 개선되지 않으면 회사에 판매중단 또는 최대 10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게 된다. 환경부의 설명을 들어보면, 투명한 페트병은 여러 차례 재활용될 수 있는데 여기에 색깔이 있는 페트병이 섞이게 되면 한번 쓰고 버리는 저품질 페트병으로 재활용되거나 소각용 원료로밖에 쓰이지 못한다고 한다. 이에 따라 2018년 4월 롯데칠성을 비롯한 포장재 생산업체 19곳은 환경부와 자발적 협약을 맺고 이듬해까지 생수·음료에 무색 페트병만 사용하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다만 갈색 페트병을 사용하는 페트병 맥주는 5년 뒤 퇴출될 것으로 보인다. 투명 페트병으로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맥주 페트병은 1~3단계 페트병 포장재 등급기준 중 ‘재활용 어려움’인 3등급에 해당한다. 지난해 말 맥주업계는 환경부 등과 자발적 협약을 맺고 5년 이내에 맥주 페트병을 재활용이 쉬운 소재로 바꾸기로 했지만, 제품 품질 보존을 위해 투명 페트병으로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맥주 페트병은 갈색으로 하지 않으면 햇볕이 들어가서 품질이 변한다. (갈색 페트병을 대신할) 마땅한 대체재가 있지 않다”고 했다. 환경부 관계자도 “페트병 맥주 포장재를 (재활용이 가능한) 철이나 유리로 바꾸려면 생산 공정과 마케팅 등을 다시 검토해야 하는데, 연구용역 결과 객관적으로 5년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 5년의 (유예)기간을 뒀다”고 설명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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