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미니스톱 매장에 ‘정부 지침에 따라 매장 내에서 음식 섭취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3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 미니스톱 편의점의 치킨 진열대 앞에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수도권 음식점은 오후 9시 이후 매장 내 취식이 안 된다는 정부 조치에 따라, 이 시간에는 편의점에서도 음식 섭취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편의점은 보통 ‘소매점’으로 분류되지만, 이 점포같이 직접 치킨을 튀기는 등 음식을 조리하면 ‘휴게음식점’으로 등록해 영업한다. 미니스톱 관계자는 “대부분 점포에서 음식물을 직접 조리하고 있어 휴게음식점인 점포가 많다. 정부 지침에 따라 저녁 9시부터는 편의점에서 치킨뿐 아니라 라면, 김밥 등도 먹을 수 없다”고 했다. 반면 휴게음식점으로 영업 중인 인근의 지에스(GS)25 점포 관계자는 “매장에서 만든 음식만 9시 이후에 매장 취식이 불가능하고, 김밥이나 라면은 점포에서 먹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수도권 방역조치 강화 지침이 31일부터 시행됐지만 일부 외식·유통업계에서 혼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패스트푸드점 같은 편의점’ ‘카페 같은 베이커리’ 등 이종업계가 결합한 형태의 점포가 늘면서, 현장에서는 정부의 방역수칙 해석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각에선 “영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임에도 정부 수칙이 모호하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정부의 ‘수도권 방역조치 강화 방안’은 오는 6일까지 코로나19 집단감염에 취약한 곳을 위주로 방역을 강화한 게 핵심이다. 식당, 술집, 패스트푸드점, 빵집 같은 음식점은 저녁 9시부터 이튿날 새벽 5시까지 음식 포장·배달만 허용하고, 프랜차이즈형 커피전문점은 영업시간과 관계없이 포장·배달만 허용한 것 등이다. 방역당국은 “포괄적으로 집합금지 명령을 내릴 경우 너무 많은 영업장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다수의 사람이 모여 장시간 체류하는 특성이 강한 곳의 음식·음료 섭취를 금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카공족’이 주로 프랜차이즈형 카페를 선호하기 때문에, 이곳에 사람이 많이 모인다는 점도 반영됐다.
문제는 사실상 카페나 음식점으로 영업 중인 빵집과 편의점들은 이 수칙에서 비켜나 있다는 점이다. 파리바게뜨·뚜레쥬르 같은 빵집 체인은 간판에 ‘카페’를 달고 안에서 음료도 마실 수 있으나 정부 수칙에는 ‘음식점’으로 분류돼 있다. 이 때문에 밤 시간을 제외하고 매장에서 음료를 마시는 게 허용된다. 이날 점심시간에 찾은 영등포구 영등포동의 한 파리바게뜨 매장에서는 자리에 앉아 음료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는 고객을 군데군데 찾아볼 수 있었다. 파리바게뜨 운영사 에스피씨(SPC) 관계자는 “매장 내 테이블을 일부 치우거나 간격을 넓혀 고객들이 거리를 두게 하는 등의 방식으로 정부 방역지침을 따르고 있다”고 했다.
편의점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지난 28일 “휴게음식점인 편의점도 오후 9시~오전 5시까지는 포장·배달만 허용한다. 다만 컵라면, 일회용 다류 또는 그 밖의 음식류에 물을 부어주는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발표한 뒤, 업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미니스톱이 매장 내 취식을 전면 금지한 것과 달리, 씨유(CU)와 이마트24는 “오후 9시~오전 5시 즉석조리식품 취식은 막고 있고, 라면과 도시락 등 점내 조리가 아닌 식품은 허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당초 지에스25도 31일 오전까지는 ‘즉석조리 외 식품은 점포 내에서 취식할 수 있다’는 방침이었지만, 이날 오후 수도권 모든 점포에 대해 저녁 시간 매장 취식공간과 외부 파라솔 이용을 전면 금지했다.
업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정부 발표에 편의점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서 업체들이 눈치껏 하고 있다”며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게 아니어서 현장에서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했다.
신민정 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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