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오는 1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앞둔 쿠팡이 ‘과로사 리스크’에 휩싸였다. 1년 동안에만 사망사고가 7건이나 일어나면서 쿠팡의 사업 모델 자체의 지속 가능성에 의구심마저 인다. 이런 가운데 과로사 대책의 핵심으로 꼽히는 개별 직원당 하루 처리 물량을 줄이는 방안에는 쿠팡이 계속 난색을 드러내고 있어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9일 쿠팡과 쿠팡과로사대책위에 따르면, 쿠팡은 오는 11일 물류센터 직원을 대상으로 ‘취업규칙 개정 설명회’를 연다. 쿠팡은 이 자리에서 지난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제출한 ‘물류센터 근로여건 개선 대책’의 세부사항과 관련한 설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한겨레>가 국회 환노위 소속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로부터 받은 쿠팡 대책안을 보면, 핵심은 일용직까지 포함한 연속 근로일수 제한이다. 상시직(정규직·계약직)과 일용직 전체를 대상으로 연속으로 근무할 수 있는 일수를 제한하는 구상이다. 한 예로 연속 근로일수를 4일로 정하면, 나흘 연속 일한 직원은 닷새째엔 출퇴근 관리 앱(쿠펀치) 사용을 차단당해 일할 수 없다. 이 방안은 매일 고용 계약을 맺는 터라 법정 노동시간 제한이 없는 일용직의 처지를 고려한 것이다.
이 방안에 반발하는 현장 직원도 있다고 한다. 과로와 함께 임금도 줄어서다. 쿠팡대책위 관계자는 “연속 근로일수가 제한되면 단기직(노동자들)로선 생계 압박에 놓이게 된다”고 말했다. 반발은 임금이 줄어들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보다 하루 처리해야 할 업무 부담은 변화가 없다는 데 직원들의 불만이 크다. 이 관계자는 “연속 근로일수가 제한되어도 하루 근무강도는 변화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커머스 쓱닷컴과 롯데온 등은 쿠팡과는 달리 하루 및 시간당 배송 한도를 둔다. 새벽 또는 하루배송이더라도 물량이 한도에 차면, 주문을 조기 마감하는 방식이다.
이와 달리 쿠팡은 수요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일용직을 적극 활용한다. 쓱닷컴 등이 수요를 통제해 직원들의 근무 강도를 조정하는 것과는 접근법이 다르다. 쿠팡대책위 관계자는 “쿠팡은 근로 강도를 낮춘다고 하면서 연속 근로일수만 제한하고, 휴가를 쓰며 일할 수 있는 계약직·정규직 전환에는 소극적”이라며 “비용만 아끼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쿠팡은 물류센터 직원을 지난 1년간 78% 늘렸다고 밝혔지만, 신규 채용된 직원은 대부분 일용직과 단기계약직이다. 대책위 쪽은 “(신규 채용 직원) 10명 중 9명이 일용직과 단기계약직”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쿠팡은 △일용직 포함 야간 근무자에 대한 특수건강진단 대상 확대 △개인별 UPH(시간당 생산량) 폐지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 물류센터 근로환경 진단 실시 등을 대책안에 담았다. 이와 관련 물류센터와 배송(쿠팡친구) 직군 쪽은 “적절한 업무강도 수준을 회사와 함께 조사하고 서로 합의해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회사 쪽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한별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조직부장은 “시간대, 지역, 물량 수, 물량 무게 모두 근로강도 판단의 중요 요소이기 때문에 단순히 ‘주 52시간 근로’만 따져서는 과로 여부를 따질 수 없다”고 말했다. 세부적인 노동여건에 대한 합의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요소가 중요해진 자본시장에서도 과로사 이슈가 장기화하면 쿠팡의 중대 리스크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도 지난 8일(현지시각) “쿠팡이 노동자들의 일련의 부상과 사망에 대한 정치적 압력과 경찰 조사에 직면해 있다”고 짚었다. 쿠팡은 지난달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노동 이슈 등과 관련해 제기된 법적 문제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있지만 불리한 판결, 벌금 등이 나오면 사업과 재정 상태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적시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외 거래소 상장 때 이에스지를 평가하는 곳이 없어 상장에 (과로사 이슈가)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상장 이후 주가는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특히 기관투자자들이 이에스지 요소를 투자 판단에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점을 (쿠팡이) 눈여겨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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