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이어 미국도 ‘돈줄 조이기’에 나선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정책금리 인상 전 단계인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연내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긴축 속도는 우리나라보다 느린 모습이다. 연준은 테이퍼링 시점이 여전히 유동적이며, 금리 인상은 더더욱 먼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아직은 느긋한 연준의 행보에 뉴욕 증시는 오히려 상승 마감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7일(현지시각) 잭슨홀 미팅에서 ‘코로나19 시대의 통화 정책’이라는 연설을 통해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본인을 포함한 대다수 참가자는 향후 경제 상황이 예상대로 진전되면 자산매입 속도를 올해부터 낮추기 시작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연준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금리 인하와 함께 매월 최소 국채 800억 달러 및 주택저당증권(MBS) 400억 달러를 매입하는 양적완화를 시행 중이다. 통화정책 기조의 긴축 전환은 자산매입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된다. 파월 의장이 연내 테이퍼링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이날 뉴욕 증시는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지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 나스닥 지수 등 3대 지수가 모두 상승 마감했다. 파월 의장이 테이퍼링을 언급하면서도 긴축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연설에서 “경제 회복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고 말하면서도 “완전 고용 목표 달성에 이르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고, 물가가 지속해서 2% 수준을 유지할 것인지 판단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연준이 물가와 고용을 더 확인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테이퍼링 시점이 유동적일 수 있다.
파월 의장은 시장 충격이 가장 큰 직접적인 금리 인상에도 명확히 선을 그었다. 만약 테이퍼링을 시작해도 금리 인상까지는 또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테이퍼링 시기나 속도는 정책금리의 최초 인상 시기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으며, 정책금리 인상은 더 엄격한 별도의 조건이 충족될 때 이루어질 것이다”고 설명했다.
시장은 파월 의장 발언에 대해 ‘비둘기(완화적 기조 선호) 색깔’이 강하다는 반응이다. 연준의 신중함을 확인하자 테이퍼링 가능성도 경기 개선 기대의 긍정적 요소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투자은행 제이피모건은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설명에 3분의 1 이상의 발언 시간을 할애하면서 섣부른 정책대응이 유해할 수 있으며, 테이퍼링이 긴축 정책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등 상당히 비둘기파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투자회사 에프비비(FBB) 캐피털 파트너스의 마이크 베일리 리서치 이사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이 연준의 긴축 정책을 보다 친절하고 부드럽게 제안함에 따라 투자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고 밝혔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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