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모습. 이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인상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제공
“3년 5개월의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다.”(2005년 10월 언론 기사)
“1년 3개월의 최저금리 시대가 종료됐다.”(2021년 8월 언론 기사)
문재인 정부 임기 4년차의 통화정책에서 참여정부 후반기의 기시감이 엿보인다. 두 정권 모두 경기 악화라는 요인 탓에 금리를 낮은 수준에 묶어둘 수밖에 없었는데,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과 맞물려 ‘저금리 부작용’ 난제에 빠진 공통점을 지니고 있어서다. 경기를 살리는 와중에 부동산 급등이라는 악재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이에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된 순간부터 부랴 부랴 금리를 올려 수습에 나선 것도 비슷한 모습이다. 그럼에도 참여정부는 난제 탈출에 성공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다를까.
참여정부는 임기 초반인 2003~2004년 4.25%이던 금리를 3.25%까지 네 차례 연속 내렸다. 카드 대란 사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생, 이라크 전쟁 등 대내외 위기에 대응하려 ‘경기·고용’에 집중한 통화정책을 실시했다. 당시에도 집값 상승 문제가 있었으나 한국은행은 ‘세금과 행정 조치 등으로 우선 대응’이라며 경기 살리기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2003년 1.6%이던 가계부채 증가율이 2004년엔 4.8%까지 높아지고, 부동산 시장 불안도 심해지자 한은은 결국 2005년 10월 통화정책 기조를 전격적으로 ‘금리 인하→금리 인상’으로 전환한다. 이 때 한은은 “경제 성장이 본궤도에 올라 자원배분의 선순환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는 지난 26일 한은이 금리 인상을 결정하며 “견실한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면서 이제는 금융 불균형 해소에 역점을 두겠다”고 말한 것과도 비교된다. 두 정권 모두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되자 가계부채 및 자산시장 과열 대응(자원 배분 선순환, 금융 불균형 해소)으로 무게 중심을 옮긴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미·중 무역전쟁과 제조업 위기 등으로 2019년부터 금리를 내렸으며,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에는 역대 최저(0.5%) 수준까지 인하한 후 1년 3개월간 초저금리를 유지했다.
앞서 ‘저금리 난제’에 빠졌던 참여정부의 통화정책 전환은 결실을 맺지 못했다. 한은은 2005년~2007년 동안 금리를 3.25%에서 5.00%까지 일곱 차례 올린 것도 모자라 2006년 11월엔 은행 지급준비율 전격 인상이라는 초강수도 꺼냈다. 그런데도 가계부채 증가율은 2006년 11.8%까지 치솟았고, 2007년에도 9.6%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격지수(한국부동산원 2003년 11월부터 자료 제공) 추이를 보면, 2004년 8월(3.75%→3.50%)과 11월(3.50%→3.25%) 두 차례 0.5%포인트 금리 인하 뒤 상승세가 시작됐다. 1년 만인 2005년 10월(3.25%→3.50%) 금리 인상이 단행됐고 2007년 8월(5.00%)까지 여섯 차례 금리 인상이 이뤄졌으나 아파트값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금리 인상이 이뤄진 약 2년 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30.4%(2005년 10월 55.6→2007년 8월 72.5) 급등했다.
이런 흐름은 금리가 부동산 시장 과열의 원인 중 하나이긴 해도 절대 변수는 아니라는 ‘한계’를 보여준다. 낮은 금리는 부동산 매매거래에 분명히 도움이 되지만, 금리가 높아진다고 구매와 처분 결정을 곧바로 바꾸지는 않는다. 금리외에도 고려하는 변수가 많아서다. 이런 탓에 과거 한은의 금리 인상은 한번 탄력받은 시장 열기를 쉽게 진정시키지 못했다.
한은 역시 이 같은 한계를 모르진 않는다. “금리 인상은 부동산 대책 보완 효과로 봐야 한다”던 2005년의 메시지는 “금융 불균형은 금리 인상 하나로 해소되지 않는다”(2021년)는 발언으로 되살아났다. 그럼에도 한은이 금리 인상으로 기대하는 바는 차입비용 증가로 위험 수익 추구 심리를 꺾는 것이다. 심리가 좀 꺾이면 대출과 부동산 규제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금리 인상 한 번으로 가계부채와 부동산 문제가 진정되지 않지만, 만약 한은이 앞으로 일관된 정책을 보여줘 사람들의 기대 심리를 바꿀 수 있다면 효과가 있을 것”고 말했다.
물론 이마저도 쉬운 일은 아니다. 거시경제 관점에서 부동산 시장을 분석하고 있는 홍춘욱 이코노미스트는 “가격이 합리적으로 형성되지 않고 ‘기세’로 형성되는 게 버블의 특징인데, 내년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 등 선거국면에서 이런 기세가 꺾이기 쉽지 않다”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에 대한 수요자의 심리는 ‘곧 가격이 조정되니까 조심하자’가 아니라 ‘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사자’는 쪽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결국 이번에도 금리 외에 실효성 있는 추가 대책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난제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참여정부와 현재의 상황에 차이점도 짚어볼 대목이다. 2005년 금리 인상 때와 달리 현재는 코로나19라는 위기가 아직 진행 중이며, 설령 한두차례 금리를 올리더라도 절대적 수준 자체가 1% 안팎으로 이전(3~4%대)에 비해 매우 낮다. 한은이 얼마나 꾸준히 금리를 올릴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전슬기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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