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경제의 기조적 물가도 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조적 물가는 일시적 변동성이 커 교란을 줄 수 있는 요인을 제거한 것이다. 지난달 기조적 물가 상승률 평균은 1.9%로 2018년 이후 가장 높았다. 근본적인 물가 흐름도 상승세를 보이면서 인플레이션으로 번질 가능성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30일 ‘기조적 물가지표 점검’ 이슈노트를 통해 “최근 2%를 상회하는 물가 흐름에는 농축산물 및 석유류 가격, 관리물가 등 여러 교란 요인이 작용하고 있어 이들의 영향을 제외한 기조적 물가 흐름에 대한 판단이 중요해진 상황이다”며 “기조적 물가의 오름세는 지난해 봄 코로나19 충격의 영향으로 큰 폭으로 둔화하였다가 올해 3월 이후 확대되는 모습이다”고 밝혔다.
한은이 분석한 기조적 물가 상승률 평균은 지난달 기준 1.9%다. 지난해 4월 0.6%를 보였던 기조적 물가(평균)는 올해 3월 1%대까지 오른 후 꾸준히 상승세다. 1.9%는 2018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은이 분석한 기조적 물가 종류는 총 6가지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료품과 정부가 조절하는 관리물가 품목을 제외한 관리제외근원물가(7월 상승률 1.7%)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조정평균물가(7월 상승률 1.7%) △물가 상승률 분포 중간 부분인 가중중위수물가(7월 상승률 1.4%) △관리 물가를 제외한 후 가격 조정 빈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품목을 산출한 관리제외 경직적물가(7월 상승률 2.1%)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품목을 산출한 경기민감근원물가(7월 상승률 2.0%) △개별품목 중장기 공통성분을 산출한 유아이지(UIG)물가(7월 상승률 2.2%) 등이다.
이 지표들이 중요한 이유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국내외 물가 상승이 일부 품목에 좌우되고 있어서다.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2%)를 웃돌고 있는 우리나라도 농축산물, 원자재, 유가 등이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만약 이들 품목이 물가 상승 원인의 대부분이라면, 하반기부터 물가가 서서히 안정을 찾을 수 있으며 인플레이션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기조적 물가도 오르는 현상이 있다면 물가 흐름을 잘 주시해야 한다. 기조적 물가가 오르면 사람들의 미래 물가에 대한 전망인 ‘기대인플레이션’도 자극해 추가 상승을 일으킬 수 있다. 한은은 지난 2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물가 상승 압력 관리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한은은 “소비자물가의 오름세는 공급 측 요인의 영향이 줄어들면서 향후 점차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나, 기조적 물가 오름세는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면서 점차 높아질 것 으로 예상된다”며 “기조적 물가의 오름세 확대는 인플레이션 기대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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