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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카카오T 비추 금지” 플랫폼 전략, 소비자에게 해로운 이유

등록 2021-08-31 04:59수정 2021-08-31 11:09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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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부터는 수수료가 더 싼 우티(UT)를 이용해주세요.”

승객에게 이렇게 말했다는 이유로 카카오가 택시기사에게 불이익을 줘도 괜찮을까. 플랫폼의 이른바 ‘안티-스티어링’(Anti-steering) 방침이 다시금 도마에 올랐다. 안티-스티어링은 플랫폼 이용 업체가 소비자에게 “다른 플랫폼을 써달라”고 권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을 뜻한다. 빅테크가 높은 점유율을 유지해온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문제는 안티-스티어링의 경쟁법 리스크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빅테크의 이런 전략이 경쟁을 해쳐 결과적으로는 소비자 가격을 부풀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앱결제 소송에 휘말린 미국 애플이 최근 해당 방침을 철회한 배경이기도 하다. 플랫폼의 안티-스티어링 전략을 둘러싼 쟁점을 살펴봤다.

■ “안티-스티어링 → 소비자 가격 상승”

안티-스티어링 조항이 쟁점이 된 대표적 사례는 미국 신용카드 회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다. 줄여서 아멕스(Amex)라고도 부르는 이 회사는 가맹점과 맺는 계약에 안티-스티어링 조항을 둬 문제가 됐다. 가맹점이 소비자들을 상대로 다른 신용카드 사용을 유도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30일 법원이 2015년 내놓은 1심 판결문을 보면, 아멕스는 “우리는 비자 카드를 선호합니다” 같은 말은 물론, 신용카드별 수수료를 공개하거나 고객에게 “수수료로 인한 비용 부담이 크다”고 말하는 행위도 금지했다.

아멕스는 당시 다른 신용카드사보다 더 비싼 수수료를 받고 있었다. 가맹점 입장에서는 같은 물건을 판다면 아멕스보다 비자 카드로 결제하는 편이 이득이지만, 그렇게 유도할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때문에 아멕스는 물론 다른 신용카드사도 굳이 수수료를 인하할 이유가 없어졌고, 이는 더 높은 수수료로 이어졌다. 1심 재판부가 아멕스의 안티-스티어링 조항이 미국의 경쟁법 중 하나인 셔먼법 위반이라고 본 이유다.

법원은 이런 행태가 소비자 가격을 부풀리는 데에도 일조했다고 봤다. 수수료 부담이 늘어난 가맹점이 결국에는 소비자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시 법원은 “가맹점이 입은 피해를 입증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면서도 “비싼 가맹점 수수료는 ‘높은 소매가격’의 형태로 고객들에게 전가된다”고 했다. 다만 해당 판결은 원고 쪽(미 법무부)의 경제분석이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2018년 연방대법원에서 뒤집혔다.

■ 카카오T, 처음으로 ‘안티-스티어링’에 시동

연장선상에서 카카오의 최근 행보는 관심사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5∼7월 택시기사 33명에게 경고 처분을 내렸다. 승객에게 다른 플랫폼 이용을 권유하거나 카카오T 이용을 만류했다는 게 제재의 근거다. 이런 이유로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기사를 제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경고 처분으로 끝났지만, 같은 행위로 다시 적발되면 해당 택시기사는 일정 기간 카카오T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안티-스티어링에 시동을 거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아멕스와 달리 카카오모빌리티 이용 약관에는 명시적인 안티-스티어링 조항은 없다. 대신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회사 또는 제3자의 업무에 피해를 주는 행위’라는 포괄적인 금지 조항을 이번 건에 적용했다고 한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앞으로도 이런 유형의 이용자 불편이 발생하면 같은 조항을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우티가 카카오T의 대항마로 나선 직후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카카오 쪽이 경쟁자를 견제하기 위해 안티-스티어링에 본격 시동을 건 것 아니냐는 얘기다. 우티는 지난 4월 우버와 티맵모빌리티의 합작법인이 내놓은 택시 호출 서비스다. 소비자 할인쿠폰을 공격적으로 뿌린 데다, 가맹택시 수수료를 당분간 받지 않기로 하면서 화제가 됐다. 모바일인덱스 집계에 따르면 우티의 월간 이용자 수는 출범 한 달 만인 지난 5월 139만명까지 치솟았다. 최근 카카오T의 월간 이용자는 1000만명 안팎이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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