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올해 2분기 0.8% 성장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속보치보다 0.1%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19 4차 유행 전 경제는 ‘저축’을 깰 정도로 소비 심리가 살아났던 것으로 확인됐다. 예상보다 더 좋은 상반기 경제 실적은 하반기 코로나19 재확산에도 연간 4% 성장 달성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2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8% 성장했다. 지난 7월27일 발표된 속보치 0.7%보다 0.1%포인트 높다.
코로나19 4차 유행 전까지 소비심리 회복 속도는 매우 빨랐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디피에 대한 지출을 보면 2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전분기 대비)은 3.6%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 2분기(3.6%) 이후 가장 높았는데, 저축이 소비로 이어진 현상도 나타났다. 이날 한은은 2분기 총저축률이 35.8%라고 밝혔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가계가 소비를 안 하면서 총저축률은 지난해 2분기 34.7%에서 올해 1분기 37.4%로 꾸준히 증가했는데, 지난 2분기 감소한 것이다.
신승철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지난 2분기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억눌러 있던 심리가 살아나 ‘보복 소비(pent-up)’가 나타났는데, 총저축률도 민간 소비가 증가하면서 일시적 감소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로써 올해 상반기 경제는 1분기 1.7%, 2분기 0.8% 성장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됐다. 한은이 예측한 올해 연간 4.0% 성장이 가능하려면 남은 3~4분기 성장률이 각각 0.6%씩 나오면 된다. 변수는 역시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재확산이다. 한은은 아직까지는 상반기에 나타난 강한 소비 회복 흐름이 코로나19 4차 유행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신 부장은 “현재까지 나온 3분기 기초 통계를 보면 코로나19 재확산이 민간소비에 주는 부정적 영향이 과거 확산기보다 상당히 적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 외에 설비투자, 건설투자, 수출도 견실한 회복세와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간 4% 성장 달성 여부는 지난달 26일 8월 경제 전망에서 가능한 수치라고 말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유가, 원자재 등 수입물가 상승세는 예의주시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2분기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전분기 대비 2.4% 늘면서 2017년 3분기(3.5%)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다. 명목 국민총소득은 한 나라의 국민이 국내외 생산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총소득이다. 그런데 명목 국민총소득에 수출입 가격 차이를 반영한 실질적인 국민총소득(GNI)은 지난 2분기 증가율이 0.1%에 그쳤다. 최근 수출보다 수입물가가 훨씬 높아지고 있어서다.
경제 전반의 종합적인 물가 수준을 보여주는 지디피 디플레이터(전년 대비)는 올해 2분기 1.6%을 기록하면서 전분기(2.6%)보다 상승률이 둔화했다. 지디피 디플레이터는 국내 내수 가격 뿐만 아니라 수출, 수입 가격의 차이(수출-수입)도 반영하는데, 최근 소비자물가 오름세에도 유가 등 수입물가가 수출물가보다 높아지면서 상승률이 전분기보다 낮아졌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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