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고승범 금융위원장과의 회동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가계부채 증가와 자산가격 과열에 시급하게 대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향후 한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과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강화의 조합이 추진될지 주목된다.
이 총재와 고 위원장은 3일 오전 회동을 갖고 코로나19 전개 상황, 금융 불균형 위험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두 사람은 고 위원장이 취임 직전까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역임했기 때문에 인연이 깊지만, 기관 수장으로서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총재와 고 위원장은 정책 조합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 총재는 “최근 자산시장으로의 자금 쏠림, 가계 부채 증가 등 금융 불균형 위험이 누적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금융 안정은 물론 성장‧물가 등 거시경제의 안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정책(전체 경제 금융 안정 정책)의 적절한 운영을 통해 이를 완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고 위원장도 “가계부채 증가와 자산가격 과열 등 금융불균형 해소를 위한 선제적 관리가 시급하다”며 “한은과 금융위가 그 어느 때보다도 긴밀한 정책 공조와 협업을 통해 정교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협업과 공조의 모습 자체가 시장 신뢰를 얻고 위기를 극복하는 동력이 된다”고 덧붙였다.
두 기관이 정책 조합을 강조함에 따라 앞으로 기준금리 인상과 금융 규제 강화가 정책을 서로 보완하면서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은은 이미 지난달 2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추가 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상태다. 당시 이 총재는 “0.25%포인트 금리를 인상했지만, 지금 수준은 여전히 완화적이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남은 두 번의 금통위(10월, 11월)에서 금리가 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고 위원장도 취임 이후 추가 대책을 예고했다. 그는 지난 1일 취임식 전 기자들을 만나 “(가계부채 대책 관리에) 추가로 필요한 것이 있는지 다각도로 검토해 보고 보완 방안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통화정책과 금융정책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경향이 강했다. 1800조원까지 불어난 가계부채와 자산가격 급등이라는 시급한 과제 앞에서 두 기관이 얼마나 공조를 이뤄낼 수 있을지도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에 따르면 이 총재와 고 위원장은 회동에서 격의없이 만나는 기회를 자주 갖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소통해 나가기로 약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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