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불과 2주 만에 0.3%포인트(p) 안팎이나 뛰는 등 대출금리 상승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서울 한 시중은행 앞에 게시된 대출 광고. 연합뉴스
가계의 소득 개선은 더딘 반면 대출금리 상승 속도는 빨라져 취약계층의 채무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한국은행은 분석했다.
24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점검한 ‘금융안정 상황’ 내용을 보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2분기말 현재 172.4%로 1년 전보다 10.1%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순처분가능소득은 3.9% 증가에 그친 반면 가계부채는 10.3% 급증한데 따른 것이다. 가구 연소득에 견준 주택가격 비율(PIR·전국 기준)은 5.2배에서 7.1배로 높아졌다. 서울은 18.5배에 달한다.
게다가 대출금리 상승 압박이 가세해 취약차주들의 채무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분석됐다. 기준금리를 연 1.0%로 0.25%포인트 추가인상할 경우 전체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 규모는 59조원으로, 금리가 0.5%이던 지난해보다 5조8천억원 증가할 것으로 한은은 추산했다. 차주 1인당 평균으로 보면, 연간 이자부담이 271만원에서 301만원으로 11.1% 증가한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소득하위 30%·저신용 등급인 취약차주의 경우 연간 이자는 320만원에서 373만원으로 16.6% 급증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의 변동금리대출 비중(76%)이 높은데다 신용위험을 반영한 가산금리 상승으로 대출금리가 4.7%에서 5.5%로 급등할 것으로 예상해 분석한 수치다.
한은은 취약차주가 상대적으로 많은 청년층의 소비나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2030세대는 저소득 차주 비중이 24.1%로 높고 취약차주 비중도 6.8%에 이른다. 이들 계층의 2분기 가계부채는 1년 전보다 12.8% 늘어 다른 연령층의 증가율(7.8%)을 크게 웃돌았다. 전세자금 대출이 많은 청년층의 부채가 전체 가계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말 27%까지 상승했다. 최근에는 이들의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증가세도 가팔라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수도권 아파트 매매 중 청년층의 거래비중은 36.6%나 된다. 한은은 “청년층의 차입 확대를 통한 투자는 예기치 않은 자산가격 조정위험에 취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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