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내년까지 높은 수준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고유가로 인한 소비자 물가 상승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26일 ‘해외경제포커스’ 자료를 통해 “내년 국제 유가는 올해보다 낮아지겠으나 코로나19 위기 이전보다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는 지난달 배럴당 60달러 중반대까지 하락했지만, 이달 70달러 초반대로 다시 반등하는 모습이다. 한은은 국제 유가 상승세에 대해 “수요 회복에 못 미치는 원유 공급으로 수급 불균형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투기 자금 유입도 일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원유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재고가 감소하고 있다. 반면 증산은 더딘 상황이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친환경 기조와 셰일 업체의 자본 규율 강화 등으로 미국의 셰일 오일 증산이 제약되는 가운데 석유수출국기구(오펙·OPEC) 플러스(+) 산유국의 보수적 증산 기조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원자재 시장에 대한 투기 자금 유입도 국제 유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 한은은 “인플레이션 위험 확대 등으로 투자자의 포트폴리오 조정 및 투기 자금 유입이 평년(5년 평균 기준)에 비해 확대된 모습이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이후 국제 유가는 글로벌 산업 수요가 급변동하는 상황에서 수급 전망으로부터 파급된 투기·예비적 수요 충격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며 “향후에도 국제 유가는 백신 보급 확대 등 글로벌 수요가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될 경우 시장 참여자의 원유 수급 기대에 따른 투기·예비적 수요가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한은 외 주요 전망기관도 지난 8월 이후 국제 유가 연간 전망치를 코로나19 이전보다 높게 유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와 내년 국제 유가(브렌트유 기준)를 배럴당 각각 71.2달러, 75달러로 예측했으며, 제이피모건은 올해 70달러, 내년 71달러로 바라봤다. 코로나19 위기 이전인 2019년 연평균 배럴당 64.2달러보다 모두 높은 수준이다.
고유가는 소비자들의 ‘고물가’ 부담으로 이어진다. 한은은 “델타변이 확산으로 글로벌 공급 차질의 해소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 강세 기조가 강화되는 경우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당초 예상보다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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