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철도공단이 그동안 예산을 절감해 온 공사손해보험 직접계약방식을 포기하고 시공사 일감몰아주기 우려가 있는 시공사 자체 계약 방식 도입을 내부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이 국가철도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공사손해보험 계약 개선 관련 내부 자료를 종합하면, 국가철도공단은 지난해 7월 200억원 이상의 철도공사에 대해 가입이 의무화(기획재정부 ‘정부 입찰·계약 집행기준’)되어 있는 공사손해보험을 현행 공단 직접 계약 방식에서 시공사 자체 계약 방식으로 변경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방안을 마련했다. △현장 특성을 반영한 보험 가입이 이뤄져야 하나 공단이 일괄 가입하다보니 보장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고 △보험가입 주체가 공단이라 보험사가 소극적으로 협의에 임하는 문제가 있다는 등의 이유였다. 현장 지역본부에서는 보험 처리 사안이 발생했을 때 공단 직원들이 보험 처리에 나서야 하는 등 업무과다 문제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같은 시도는 2012년 예산 낭비 및 일감 몰아주기 등의 부작용으로 직접 계약 방식을 도입했던 국가철도공단의 결정을 뒤집는 것이다. 국가철도공단은 2014년 12월 낸 보도자료에서 “공사손해보험 직접계약으로 330억원 예산 절감”을 했다며 과거 시공사 자체 계약의 문제점으로 △보험계약 수주를 위한 대리점 및 브로커 등의 과다경쟁에 따른 부작용 △수의계약에 기인한 고보험요율에 따른 예산 낭비 △그룹 계열 손해보험사 일감 몰아주기 등을 제시했다.
실제 허영 의원실이 공단과 보험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2012년 이후 올해까지 공단 직접 계약(204건)을 통해 절감한 예산 규모를 산출한 결과 42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의 신용도나 재해율이 개별 시공사보다 좋은 평가를 받아 보험요율을 0.41%(771억5160만원)로 시공사 자체 계약 0.63%(1197억320만원)보다 저렴하게 책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단 직접 계약은 경쟁입찰이지만 시공사 자체 계약은 수의계약 형태로 진행된다. 현재 기획재정부 내규 상 공사손해보험은 직접 계약 또는 시공사 자체 계약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허영 의원실은 공단이 지난 7월 보험 계약 방식 변경 검토방안에서 시공사 자체 계약의 장점으로 들었던 ‘현장 특성을 반영한 보장’도 시공사 자체 계약으로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허영 의원실이 공단의 직접 계약 보험약관(삼성-동탄 광역급행철도 제2공구, 현대해상)과 시공사 자체 계약을 실시하고 있는 한국도로공사 현장의 보험약관(세종포천선 제14공구, 현대해상)을 비교한 결과 보장 내역을 명시한 조항이 공단 직접 계약은 62개 조항인 데 반해 시공사 자체 계약은 21개 조항에 불과했다. 보험가입자에게 불리한 조항인 피보험자 분담조항(보험자 책임한도를 정하고 그 이상은 피보험자가 분담)의 경우 시공사 자체 계약에는 포함돼 있었으나 공단 직접 계약에는 아예 없었다.
특히 계약 방식을 바꿀 경우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우려도 여전한 상황이다. 허영 의원실이 시공사 자체 계약을 실시하는 한국도로공사 현장의 최근 10년 간 공사손해보험 의무 가입 대상 공사(74건)을 분석한 결과 손해보험사를 계열사로 거느린 건설사가 수주한 공사 9건 모두 계열 손해보험사와 보험 계약을 맺었다. 한화건설-한화손해보험 5건, 롯데건설-롯데손해보험 3건, 삼성물산-삼성화재 1건 등이다. 그밖에 현대건설, 에이치디시(HDC)현대산업개발, 현대엔지니어링이 그룹 계열사는 아니지만 범현대가로 볼 수 있는 현대해상과 보험 계약을 체결한 4건을 합하면 총 13건 모두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로 볼 여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 내부에서도 보험 계약 방식 변경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단의 올해 종합감사결과를 보면 감사실은 직접 계약 방식의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약 담당 부서장에게 ‘주의’ 조치를 내렸으나 관련 부서는 “보험 가입 방식 변경은 비용 증가, 특정 보험사 가입을 위한 외부 로비 및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등의 사유로 보험제도를 변경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허영 의원은 “혈세 낭비와 불공정 계약을 방지할 수 있고, 보장내용도 풍부해지는 공사손해보험 직접 계약 방식 의무화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이라며 “공사손해보험 가입 대상 건설사업이 가장 많은 국토교통부가 지침만 바꾸면 한국도로공사 등 공공기관의 직접 계약을 의무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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