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송정역에 도착하는 호남고속철 첫 용산-광주행 KTX. 연합뉴스
호남고속철도 광주송정-오송 토공 구간의 만성적 노반 침하의 원인이 공사 기간을 3년이나 단축하고 낮은 공사비를 적용한 졸속·저가·부실 시공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이 국가철도공단 용역보고서를 통해 뒤늦게 확인됐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은 지난해 8월 국가철도공단 의뢰로 한국지반공학회가 실시한 ‘호남고속철도 노반안정성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입수해 11일 공개했다. 호남고속철도 1단계(광주송정-오송) 구간은 지난 2015년 4월 개통 이후 해마다 노반 과다 침하 문제가 국정감사 등을 통해 지적돼 왔으며 발생 원인과 관련한 연구가 진행된 것은 이 보고서가 처음이다.
보고서는 “경제성 관점의 토공부(흙을 쌓아올려 그 위에 철도를 건설한 구간)의 계획과 낮은 토공사 공사비 적용이 근본적인 과침하의 원인일 수 있다는 판단을 배제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더불어 “명확한 기술적 고려와 이에 필요한 적절한 재정적 지원 없이 사업 기간을 단축함으로써, 침하 조절에 어려움을 준 것도 과침하의 외부 상황적 원인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저가 공사, 졸속 공사에 따른 시공 부실이 건설 하자의 원인이란 얘기다. 연약 지반이 많은 등 지형적 특성에 하자 원인을 돌리던 국토교통부 등의 설명과는 결이 다르다.
구체적으로 보고서는 저가 공사와 관련해서 교량부(다리를 만들어 그 위에 철도를 건설한 구간)에 견줘 공사비가 적게 들어가는 토공부를 많이 시공한 점을 문제 삼았다. 토공부의 표준공사비는 교량부의 27%에 불과하다. 보고서는 “국내에서는 엄격한 침하 기준을 만족하기 용이한 강성 노반의 교량부보다는 저렴한 단가의 토공부 시공을 선호하게 되고 이는 토공부 일부 구간의 과도한 침하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10m 이상 흙을 쌓는 고성토 구간에서 과다 침하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졸속 시공 가능성에 대해선 다른 고속철 건설 기간과의 차이에 주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호남고속철도 1단계 공사 기간은 5년 6개월(2009년9월30일~2015년4월1일)로 8년6개월(2002년6월17일~2010년11월1일)이 걸린 경부고속철도 2단계보다 3년 짧았다. 호남고속철도 1단계 총 연장이 182.3㎞로 경부고속철도 2단계 126.0㎞ 보다 1.4배 긴데도 공사 기간은 훨씬 짧은 것이다. 보고서는 “사업기간이 단축에 따른 사업비가 소액 증액되었지만…전체 구간에 대한 침하 안정을 위한 별도 고려 및 조치를 취하기에는 미흡했다”고 밝혔다.
한편 코레일은 호남고속철도 1단계 개통 4개월만인 2015년 8월부터 총 186회에 걸쳐 국가철도공단에 하자 보수를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철도공단과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국토부가 개통 5년이 지난 지난해에서야 노반 침하 근본 원인 파악에 나서는 등 늑장 대응에 대한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용역 보고서 결과와 지난해 12월 감사원 감사 결과를 반영해 올해 4월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용역을 철도학회에 의뢰한 상태로 앞으로 고성토 구간은 가급적 지양하려고 하고 불가피하게 한다 해도 기준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호남고속철은 유지 관리를 한다면 안전 운행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감사원이나 용역 보고서의 입장인 만큼 안전운행에 문제가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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