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이 95조원 이상 늘었다. 증가율은 정부 목표치(6%대)에 육박한 5.8%로 나타났다.
13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9월 중 가계대출 동향’ 자료를 보면, 9월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7조8천억원 늘었다. 8월 증가 폭(8조6천억원)보다는 다소 줄었다.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집단대출은 6조7천억원 증가했다. 전월 증가 폭(7조1천억원)보다 약간 줄었고, 신용대출 증가액(8천억원)도 8월(1조3천억원)보다 감소했다. 금융위는 “지난달 추석상여금 지급 영향으로 신용대출 및 여신전문회사 카드대출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은행권으로 좁혀보면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전월과 비슷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2021년 9월 중 금융시장 동향’ 자료를 통해 지난달 중 은행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은 6조5천억원 늘었다고 밝혔다. 8월 증가 규모는 6조1천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는 꺾이지 않은 셈이다. 주택담보대출은 5조7천억원 늘면서 전월(5조8천억원) 증가세를 유지했다. 주택매매 및 전세 거래 자금 수요가 이어진 탓이다.
다만 9월 중 일반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8천억원 늘면서 증가세가 다소 둔화했다. 증가 규모가 지난 8월(3천억원)에 비해서는 확대됐지만, 7월(3조6천억원)과 비교하면 축소됐다. 8월에는 공모주 청약 반환금이 있어 기타대출 증가 규모가 이례적으로 작았다. 한은은 은행들의 대출 중단 등 규제 강화가 기타대출부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박성진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일부 은행의 대출 한도 축소 등의 조처는 일단 기타대출 감소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며 “관련 영향이 9월에 일부 반영되고, 앞으로 점진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자영업 부진으로 은행권 개인 사업자 대출도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다. 9월 기업 대출 중 개인 사업자 대출은 3조5천억원 증가했는데, 이 또한 증가 규모가 전월(3조4천억원)과 유사했다.
각종 경고에도 대출이 끊이지 않는 것은 높은 수요 때문이다. 박 시장총괄팀 차장은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에도 코로나19 발생 이전 평균보다 아직 큰 편”이라며 “여전히 높은 수준의 수요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1월부터 9월까지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95조3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가계대출이 1630조2천억원임을 고려하면, 9월까지 5.8% 증가한 것이다. 앞서 8월까지 증가율은 5.3%였는데 한 달 만에 0.5%포인트 늘었다. 남은 석달간 대출 증가세를 더 억제하지 않으면 정부의 관리 목표치인 ‘6%대’도 초과할 가능성이 크다.
한은은 다음 달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정부와 금융권도 대출 규제를 계속 강화할 계획이다. 해당 조처들이 대출 수요를 누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박 시장총괄팀 차장은 “기준금리 인상은 은행 대출 금리에 반영될 때까지 시차가 있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대출 수요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위는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한 추가 방안을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며, 서민층 실수요자의 불편함 없도록 세심하게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전슬기 이경미 기자
sg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