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이 2.0%에 그쳤다. 직전 1~2분기 6%대와 비교하면 성장세가 크게 둔화했다. 다만 다수 전문가는 3분기 부진은 일시적 경기 악화로 4분기 반등에 무게를 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 부진 공포 속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실제 꺾일지는 연말까지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무부는 28일(현지시각)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 분기 대비 2.0%(연율 기준, 속보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분기(6.3%), 2분기(6.7%) 성장률의 3분의 1 수준이다. 미국의 경제 성장률 발표에서 ‘연율’은 전 분기 대비 증가율이 1년 동안 이어진다고 가정한 후 환산한 수치다.
3분기 성장률 부진은 코로나19 재확산과 공급망 차질에서 비롯됐다. 델타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개인 소비지출은 3분기 1.6% 늘어나는 데 그쳤다. 2분기 증가율은 12.0%였다. 내구재 소비지출 증가율은 1분기 50%, 2분기 11.6%였는데, 3분기 -26.2%로 곤두박질쳤다. 특히 세계적인 공급망 차질로 자동차 소비가 53.9% 급감했다.
치솟는 물가와 노동력 부족도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CPI)는 지난달 5.4% 상승했고, 대면서비스업종에서는 웃돈을 주면서 직원 채용에 나서는 상황이다. 전 세계에 미국 경제가 물가 급등 속 경기가 가라앉는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공포가 부상 중이다.
전문가들은 4분기 상황을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코로나19 확산이 가라앉으면서 연말 소비가 다시 살아나 양호한 성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미국 경제는 3분기 느린 속도로 성장했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공급 제약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소비자 수요와 코로나19 완화가 향후 몇 달 동안 성장을 부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칼 태넨바움 노던 트러스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일시적인 장애물이 생겼다”며 “앞으로 분기가 진행되면서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이언 뉴먼 미국 물류업체 유피에스 최고재무책임자는 “소비자 수요는 4분기에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윗 케베데 미국 전국신용협동조합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시앤비시>(CNBC) 인터뷰에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진정되면서 소비자들이 대면 상호 작용 서비스에 지출할 것이기 때문에 4분기에 더 많은 성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성장률과 함께 발표된 미국 실업수당 통계가 시장 예상보다 좋게 나온 것도 4분기 경기 반등 기대에 힘을 실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신규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8만1천건으로 코로나19 발생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노동시장 정상화 기대가 커지는 모습이다.
미국 3분기 경기 둔화에도 간밤 뉴욕증시는 상승 마감했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과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각각 1.39%, 0.98%씩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4분기부터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시장의 낙관론이 강했다.
반면 우리나라 코스피지수는 29일 미국 증시가 폐장한 뒤 발표된 애플과 아마존의 실적이 시장 전망치에 미치지 못한 점 등이 불안 요인으로 작용해 1.29%(38.87) 하락한 2970.68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4일 이후 11거래일만에 30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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