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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9년 만에 ‘2%대 물가 시대’ 온다…건강한 인플레 되려면

등록 2021-10-31 15:25수정 2021-11-01 02:35

올해와 내년 물가 목표치 2% 오랜만에 근접
공급망 차질 2차 파급 효과, 실질 소득 감소 등
위험요인 잘 통제해 2% 안팎 정착시켜야
연합뉴스 제공
연합뉴스 제공

올해와 내년 2년 연속 2%대 물가가 확실시된다. 연간 물가 상승률이 2%를 넘는 것은 2012년 이후 9년 만이다. 한국 경제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저물가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물가 오름세에 대한 우려가 작지 않다. ‘질 나쁜’ 인플레이션으로 번질 요소가 존재해서다. 2% 수준에서 물가 상승률을 묶는 일이 올해와 내년 한국은행의 최우선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 2% 물가의 명암

소비자물가(CPI) 연간 상승률은 2012년 2.2%를 기록한 이후 2013~2020년 0~1%대를 맴돌았다. 물건값이 싸면 좋을 듯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인플레이션보다 잡기 어려운 디플레이션(지속적 물가 하락)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수요 부진→물가 하락→생산 위축→경기 악화→수요 부진→물가 하락’의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이 공격적 돈 풀기를 한 배경 중 하나는 디플레이션 공포를 이겨내기 위해서였다.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치는 2%다. 우리나라 경제의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적정 수준’의 물가상승률이 2%라고 한은이 본다는 얘기다. 한은은 이 목표에 맞춰 기준금리 조정 등 통화정책을 편다. 최근의 물가 상승률은 이런 목표치에 근접하거나 충족하는 수준이다. 한은은 이런 흐름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의 소비자물가나 개인소비지출(PCE) 상승률이 4~5%대에 형성하면서 고물가 우려를 낳는 상황에 비춰보면 한국의 물가 흐름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물가 불안 우려가 작지 않다. 물가안정목표를 뛰어넘는 예상외의 물가 상승이 나타날 경우 이를 감내해야 하는 한국 경제의 체질이 과거에 견줘 취약해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취약점이 저성장 기간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2년 153.9%였으나 지난해엔 200%를 넘어섰다. 한 해 번 돈을 모두 빚 갚는 데 써도 빚 절반이 남아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가 더 오르고 그에 따라 금리도 덩달아 상승하면 가계로선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게 는다. 소비 여력이 줄어 경제가 다시 둔화될 수 있다. 일자리가 줄고 소득도 감소할 수 있다는 얘기다.

■ 적절한 물가 관리 가능할까

이에 물가 안정 당국인 한국은행의 일차 과제는 물가 오름세를 적정 수준에서 묶어 두는 일이다. 문제는 이 과제가 녹록지 않다는 데 있다. 우선 물가 상승이 전통적인 금리 조절로 대응하기 어려운 공급 차질과 코로나19에서 비롯되고 있어서다. 예컨대 한은이 금리를 올린다고 차량용 반도체 생산이 늘거나 국제유가가 내려가지는 않는다. 외려 공급 요인에서 발생한 물가 상승을 잡겠다고 금리를 올릴 경우 경기가 위축되는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

중앙은행은 공급망 차질에 섣불리 대응하기 보다는 이로 인한 2차 물가 상승 압력을 주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기타 고피나트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2일 영국 경제 매체 <파이낸셜 타임스>(FT)와 한 인터뷰에서 “중앙은행들이 에너지 가격 충격이나 상품 출시의 일시적 어려움으로 인한 높은 가격은 일반적으로 무시해야 한다. 다만 이것이 임금과 근원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2차 효과는 매우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기대 인플레이션’ 관리는 중요하다. 기업과 가계 등 경제 주체들 사이에서 물가가 꾸준히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면 물가 상승이 강한 탄력을 보일 수 있다. 수요 측 심리 변화에서 파생되는 가격 상승은 쉽게 꺾이지도 않는다. 한은이 금리 인상 속도와 타이밍을 조절하면서 기대 인플레이션이 급격하게 올라가는 것을 막아야 하는 까닭이다. 향후 1년간 물가 상승률에 대한 소비자 전망을 뜻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 현재 2.4%로 1년 전(1.8%)보다 0.6%포인트 올라와 있다.

김진일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경제학에서는 디플레이션보다 적절한 인플레이션이 더 낫다고 본다”며 “물가를 2% 안팎으로 안정시키는 것이 가장 좋은데, 물가가 천천히 올라가도록 미리 통제를 잘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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