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2일부터 휘발유 등에 부과되는 유류세가 20% 인하된다. 사진은 지난 26일 서울의 한 주유소. 연합뉴스
국제유가 상승과 지난해 통신비 지원에 따른 기저효과 등이 겹쳐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3.2% 올랐다. 9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97(2015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2% 상승했다. 2012년 1월(3.3%)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지막으로 3%대를 나타낸 것은 2012년 2월(3.0%)이었다. 올 4월 2.3%로 2%대에 올라선 이후 5월(2.6%), 6월(2.4%), 7월(2.6%), 8월(2.6%), 9월(2.5%)까지 6개월 연속 2%대를 보이다 지난달 3%대로 올라섰다.
공업제품의 물가 기여도가 1.40%포인트로 가장 컸다. 공업제품은 1년 전보다 4.3% 상승해 2012년 2월(4.7%)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특히 석유류 상승률이 27.3%로 2008년 8월(27.8%) 이후 가장 높았다. 휘발유(26.5%), 경유(30.7%), 자동차용 엘피지(LPG·27.2%)가 모두 상승했다. 전기·수도·가스 물가는 1.1% 올랐다. 한국전력의 전기요금 인상 영향으로 전기료가 2.0% 상승했다.
농·축·수산물은 1년 전보다 0.2% 올라 8월(7.8%)과 9월(3.7%)보다 오름세가 크게 둔화했다. 배추(-44.6%), 사과(-15.5%), 파(-36.6%) 등 농산물은 6.3% 내렸으나, 달걀(33.4%), 돼지고기(12.2%), 국산 쇠고기(9.0%), 수입 쇠고기(17.7%) 등 축산물은 13.3% 올랐다.
공공서비스, 개인 서비스, 집세 등 서비스 가격은 크게 올랐다. 지난해 10월 통신비 지원이 기저효과로 작용하면서 휴대 전화료가 25.5%, 공공서비스가 5.4% 상승했다. 공공서비스의 물가 기여도가 0.69%포인트인데, 이 중 0.67%포인트가 통신비다. 집세가 1.8% 오른 가운데 전세 상승률이 2.5%로 2017년 11월(2.6%) 이후 가장 높았고, 월세는 0.9% 상승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2.8% 올랐다. 상승 폭은 2012년 1월(3.1%) 이후 최대다. 체감물가를 설명하는 생활물가지수는 4.6% 올라, 2011년 8월(5.2%)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을 보였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농·축·수산물 가격은 안정세를 보였으나 석유류,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과 개인 서비스 오름세가 이어졌다”며 “지난해 10월 통신비 지원에 따른 기저효과로 공공서비스 가격 오름세가 많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이어 “11월부터는 통신비 지원 기저효과가 줄어들고 유류세 인하 등 정부의 각종 가격 안정 조치도 물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어 심의관은 덧붙였다.
한편,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어 “석유류·농축수산물 물가 부담을 완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정부는 정유사 직영 주유소와 알뜰 주유소가 오는 12일부터 시행되는 유류세 인하 조처에 따라 판매 가격을 바로 반영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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