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전북 익산시 실내체육관 앞에 요소수를 구매하려는 인파가 몰려 있다. 전북 익산시와 호남 유일의 요소수 생산업체인 아톤산업은 이날부터 지역민에게 요소수를 직접 판매하기로 했다. 토·일요일·공휴일을 제외한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요소수를 판매한다. 익산/연합뉴스
“두세통 있는 건 열흘 정도면 다 써요. 내일은 주변에 산업용 요소수 만드는 공장에 가보려고요. 지난 금요일에 2만원에 10통씩 팔았다 해서요.”
강원도에서 2015년 이후 제작된 굴삭기를 운행하는 ㅂ(40)씨는 요소수 대란 속에 운행에 필요한 요소수를 구하기 위해 여기저기 수소문을 하고 있었다. 굴삭기, 덤프트럭 등 건설기계 쪽은 개인사업자가 많아 요소수 수급이 온전히 개인 몫이었지만, 요소수 대란 속에 이들이 일하는 건설 현장으로도 피해가 확산될 조짐이다. ㅂ씨는 “인근에 한 발전소 공사현장도 요소수 대주던 주유소에서 요소수를 안 갖다 준다고 하더라”며 “15톤 트럭은 요소수 안 쓰는 차량도 있지만 25톤은 대체로 요소수를 쓴다. 요소수 못 구하면 장비를 세워야 하는데 그러면 현장도 안 돌아간다”고 말했다.
요소수 공급난이 장기화할 경우 물류 현장은 물론 건설 현장 및 대중교통까지 전방위로 확산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9일 국토교통부가 파악한 부처 관할 요소수 수요 차량은 물류 쪽 영업용화물차 55만대, 건설 쪽 건설기계 17만대, 대중교통 쪽 버스 2만대 등 74만여대다. 차량 마다 요소수 소요량이 다르지만 지난해 환경부가 수입한 차량용 요소가 8만톤이라는 점을 고려해 연간 차량용 요소수 수요량을 22만톤 정도로 보고 있다.
특히 영업용 화물차를 넘어 건설기계 쪽 수요량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요소수 공급난이 물류 뿐 아니라 건설현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전국에 등록된 건설기계 27종 53만대 가운데 2015년 이후 생산되어 요소수를 쓰는 차량은 17만대다. 17만대 중에서는 굴삭기가 7만대로 가장 많고, 지게차가 5만대, 덤프트럭이 2만대, 1만대가 레미콘 트럭 등이다. 굴삭기는 특히 2~3일에 10리터 한 통이 소요되 건설기계 중에서도 소요량이 많다. 지게차는 한달에 두 통 정도로 소요량이 상대적으로 적다. 우선 국토부가 건설기계협회 등을 통해 업계 사정을 파악한 상황으로는 공사 중단 등의 피해가 이미 발생한 곳은 없다. 업계 관계자는 “재고가 충분한 상황은 아닌데 동절기에는 건설기계 수요가 줄어드니 업계에서는 11월까지만 버텨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덤프트럭, 레미콘, 굴삭기 등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9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전국건설노동조합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요소수 품귀 사태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며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전국 노선 버스 5만여대 가운데 요소수를 사용하는 차량은 2만여대로 추산된다. 국토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버스 회사들이 확보하고 있는 요소수 재고량은 한 달치 수준이다. 요소수 공급난이 길어질 경우 버스 운행 감축과 같은 사태가 올 수도 있는 셈이다.
건설 자재를 생산하는 시멘트·레미콘 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시멘트는 천연 석회석을 소성로에 넣어 초고온으로 가열해 만들어지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양의 질소산화물을 제거하기 위해 요소수가 사용된다. 국내 시멘트업계가 사용하는 요소수는 월 1만2천여톤, 연간 약 15만톤에 이른다. 업계는 이달 말까지는 생산 설비가 가동 중단되는 사태까지 이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요소수 품귀 사태가 장기화하면 생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시멘트와 골재를 원료로 쓰는 레미콘 생산과 공급도 차질이 우려된다. 시멘트를 대량 운반하는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가 요소수를 사용하고 있는 데다, 레미콘 공장으로 골재를 실어나르는 덤프트럭도 요소수 부족으로 운행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레미콘 업체 관계자는 “레미콘을 건설 현장에 공급하는 레미콘 차량은 요소수를 사용하지 않는 차량이 있어 문제가 덜하지만 비시티와 덤프트럭은 요소수 부족 사태로 심각한 운행 차질을 빚고 있다”며 “시멘트와 레미콘은 생산과 물류가 연동돼 어느 한 곳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만큼 정부의 요소수 비상 확보 대책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진명선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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