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과 물건 및 서비스를 사고, 판 결과인 ‘경상수지’가 18개월 연속 흑자를 나타냈다. 10월 경상수지는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으로 상품수지 흑자 폭이 축소됐지만, 세계적 물류 차질로 운송수지 흑자가 역대 최대를 기록하면서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한국은행은 7일 발표한 ‘2021년 10월 국제수지(잠정)’를 보면, 경상수지는 69억5천만달러 흑자로 지난해 5월 이후 18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경상수지는 외국에서 벌어들인 돈과 외국에 지불한 돈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흑자 규모는 전월(100억7천만달러)에 비해 46억1천만달러(31%) 줄었다.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의 흑자 폭이 축소된 영향이다. 수출과 수입의 차이인 상품수지는 56억4천만달러 흑자를 냈지만, 전월(94억5천만달러) 대비 흑자 규모가 감소했다. 수출이 559억7천만달러로 호조를 이어갔지만, 수입 또한 503억4천만달러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원자재 값 상승으로 수입 가격이 급등한 것이 원인이다.
반면 경상수지 중 서비스수지는 전월 -2천억원에서 6억3천만달러 흑자 전환했다. 세계적인 공급 병목 현상으로 물류 차질이 심화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우리나라 또한 해운과 항공 운송 수입이 늘어난 영향이다. 10월 선박 컨테이너운임지수(SCFI)와 항공화물운임지수(TAC·홍콩-미국)는 전년 대비 각각 212.6%, 64.7% 급등했다. 운송수지는 22억2천만달러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이성호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운송수지 흑자 폭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은 운송 수입 규모가 47억7천만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영향”이라며 “해상 운임과 항공 운임 상승세가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해운사들의 선박량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임금·배당·이자 흐름을 반영한 10월 본원소득수지는 6억7천만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외국인 투자 기업에 대한 배당이 증가해 전월(7억5천만달러) 대비 흑자 규모가 줄었다.
올해 1~10월 누적 경상수지는 770억7천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한은은 지난달 25일 ‘11월 경제 전망’에서 올해 연간 경상수지는 920억달러 흑자를 나타낼 것으로 예측했다. 이 부장은 “경상수지가 1~10월 누계 770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는데, 산술적으로 볼 때 남은 두 달 동안 150억달러 정도 달성하면 충분히 연간 920억달러 흑자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10월 우리 경제의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70억1천만달러 증가했다. 금융계정 순자산은 상품·서비스 거래 등 자본 유출입을 보여주는 지표다. 내국인의 해외 직접 투자는 77억2000만달러 늘면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직접 투자가 많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외국인의 국내투자도 30억달러 늘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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