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지능형 운반로봇이 지난 7월 1일 낮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1 IFS 프랜차이즈 서울’ 박람회에서 음식 접대 시연을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로봇의 등장은 단순 반복 일자리를 위협한다. 로봇이 많이 도입된 곳은 아닌 지역보다 단순 반복 직종 구인 인원 증가율이 6.5%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혜진 한국은행 미시제도연구실 부연구위원은 15일 ‘로봇이 노동 수요에 미치는 영향, 구인정보 자료’ 연구 보고서를 통해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 부문에서, 직종별로는 단순 반복적 직종에서 로봇 도입 증가 시 노동 수요가 유의하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2019년 기준 근로자 1만명당 산업용 로봇 대수를 나타내는 로봇 밀집도가 774대로 싱가포르(831대)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보고서는 2010~2019년 229개 시군구 지역에 대해 산업용 로봇 도입과 기업 구인 인원 관계를 분석했다. 이 기간 해당 지역들의 평균 로봇 도입 대수는 근로자 1천명당 2.318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 9년간 산업용 로봇이 평균 수준 만큼 도입된 지역(근로자 1천명당 2.318대)과 아닌 지역(근로자 1천명당 0대)을 비교한 결과, 전자 지역의 단순 반복적 직종 구인 인원 증가율이 6.5%포인트 더 낮았다. 또한 단순 반복 업무가 많은 제조업 구인 인원 증가율 또한 6.7%포인트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분석을 로봇 1대 단위로 환산하면, 근로자 1천명당 로봇 1대 도입 시 단순 반복적 직종 구인 인원 증가율은 2.8%포인트, 제조업 구인 인원 증가율은 2.9%포인트 각각 하락한다고 볼 수 있다.
보고서는 “로봇 도입 증가가 지역별 전체 노동 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음(-)의 값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으나 제조업, 단순 반복 직종에서는 노동 수요가 유의하게 줄었다”며 “이러한 결과는 산업별로는 제조업(특히, 자동차 및 전기·전자 업종)에, 직종별로는 단순 반복적 직종에 로봇이 대체하기 쉬운 업무 프로세스가 많아서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보고서는 코로나19 발생 이전 산업용 로봇 도입 영향에 대해서만 분석이 이뤄졌다. 코로나19 이후 늘어나고 있는 키오스크(무인 정보 단말기) 등 서비스 업종의 기계화에 대한 노동 시장 영향은 다뤄지지 않았다.
김혜진 부연구위원은 “분석에 사용한 자료는 키오스크 등 서비스업 로봇과 다른 제조 현장 공정 작업에 수행하기 위한 산업용 로봇이다”며 “서비스 로봇 도입에 따른 노동 수요 영향은 파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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