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서울 서부 고용 복지플러스센터. 한겨레 자료
중숙련 일자리가 줄고 고숙련·저숙련 고용은 늘어나는 ‘일자리 양극화’ 현상이 코로나 대유행 기간에도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이 27일 낸 보고서를 보면, 올해 9월말 기준 사무·판매직, 기능원, 조립원 등 중숙련 일자리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말과 견줘 1.7% 줄었다. 반복 업무가 많고 재택근무가 여의치 않은 이들 일자리를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자동화로 대체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중숙련 일자리 감소는 주로 제조업 비중 감소 등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기술진보, 기업의 노동수요 변화 등 산업 내 효과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반면 육체노동 비중이 높은 저숙련 일자리는 코로나19 이전보다 3.9% 증가했다. 경기침체기에 저숙련 일자리가 늘어난 건 이례적인데, 비대면 소비가 확산하면서 택배원, 배달원 등 단순노무 종사자들이 급증한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이런 일자리가 속한 운수창고업에 청년층(15∼29살) 취업이 크게 늘었다. 청년층 고용률은 올 2분기 이후 코로나 이전 수준을 웃돌았다. 관리자와 전문가 등 고숙련 일자리는 같은 기간 0.5% 늘었다.
임금상승률도 기업의 수요가 줄어든 중숙련 일자리에서 가장 크게 둔화하는 양극화 현상이 발생했다. 중숙련 업종 노동자의 코로나 이후(2020~2021년) 평균 임금상승률은 코로나 이전(2017~2019년) 평균보다 4.3%포인트 줄어, 고숙련(2.3%포인트), 저숙련(3.5%포인트) 종사자보다 감소폭이 컸다.
오삼일 한은 고용분석팀 차장은 “코로나19로 감소했던 취업자 수가 회복하는 과정에서 대면접촉도, 재택가능 여부, 자동화 대체 가능성 등 일자리 특성에 따라 고용 재조정이 이뤄졌다”며 “앞으로도 비대면 생활방식으로 중숙련 일자리가 줄어드는 양극화 추이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용재조정은 단기적으로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숙박음식, 도소매 등 생산성이 낮은 산업 비중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취약산업을 중심으로 고용충격이 발생한 코로나발 경기침체의 특성에 따른 것으로, 중장기적으로 지속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서는 판단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