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상보다 더 많은 초과세수 발생이 확실시 되면서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주장한 ‘꽃샘 추경’ 편성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적자 국채 발행 규모 확대와 같은 재원 조달 우려가 상당부분 줄어들게 때문이다. 외려 넉넉한 곳간 탓에 추경 규모를 둘러싼 정부와 여·야 간 갈등이나 대립이 확산할 여지가 있다.
■최대 10조원 어디서 발생? 9일 복수의 기획재정부 관계자 말을 들어보면, 최대 10조원의 추가 초과세수(국세 수입 기준)가 발생한 세목은 부동산 관련 양도소득세와 법인세로 파악된다. 우선 양도세는 부동산을 매각해도 거래일과 실제 납세일과는 약 2개월 차이가 있는데다, 1천만원이 넘으면 분할 납부가 가능하다. 이런 까닭에 양도세수는 부동산 거래 상황에 견줘 비교적 뒤늦게 반영된다. 지난해 상반기에 걸친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세수 호조가 연말까지 이어졌다는 얘기다. 지난해 10월말까지 양도세를 포함한 누적 소득세수는 96조3천억원으로 그 때 진도율(97.8%)은 이미 한 해 전보다 무려 11.5%포인트 높았다.
같은 시기 법인세는 추경 기준 세입예산(예상 세수)을 이미 웃돈 상태였다. 10월말 기준 법인세 누적 세수는 67조3천억원으로 추경에 반영된 세입예산에 견줘 2조원 가까이 초과세수가 발생했다. 법인의 경우 11~12월께 주식 양도나 토지 거래로 인한 세수가 예상보다 더 들어와 초과세수 규모가 더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초과 세수 전망을 내놓은 11월 중순 이후 추가로 더 발생한 세수 최대 10조원의 대부분이 이렇게 양도소득세와 법인세에서 발생했다. 오는 13일 발간되는 ‘월간 재정동향’을 통해 구체적인 초과세수 규모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자료엔 11월말까지 세목별 누적 세수 실적이 담긴다.
■추경, 재원 조달 우려 줄어들 듯 정치권이 요구하는 ‘꽃샘 추경’에 부정적이던 기재부는 최근 편성 가능성을 열어두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그러면서도 대규모 추경 편성시 뒤따르는 적자 국채 발행에 따른 부작용 우려를 슬그머니 드러내는 상황이다. 적자 국채 발행이 늘면 시중 금리가 오르면서 서민들이 되레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그럴듯한 ‘여론전’을 펴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추가 초과세수 발생으로 다소 머쓱해질 공산이 있다.
물론 추가 초과세수를 몽땅 추경 편성을 위한 ‘직접’ 재원으로 쓸 수는 없다. 국가재정법은 발생한 초과세수의 사용처를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정산, 공적자금과 국채 상환 등 구체적으로 정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기적으로는 초과세수가 발생한 만큼 재정 여력이 두터워진 터라, 적자 국채를 발행해 추경을 편성하더라도 이후 채무비율 급증과 시장 혼란과 같은 부작용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초과세수가 추경 편성의 ‘간접’ 지원 구실은 한다는 얘기다.
이런 터라 일각에선 추가 초과세수 발생 사실은 추경 규모를 좀더 늘려야 한다는 정치권의 요구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최근 25조~30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 필요성을 제기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추경 요구 규모를 더 확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양준석 가톨릭대 교수(경제학)는 “초과세수가 발생할 경우 정치권에서 이를 계기로 선거를 위해 대규모 추경을 주장할 수 있다”며 “코로나19 피해 보상을 위한 추경은 필요하지만, 그 규모는 신중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2주일 내에 추경 편성 방침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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