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에이치디씨(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7일 서울 용산사옥 대회의실에서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이날 정 회장은 사퇴 의사를 밝혔다. 공동취재사진
에이치디시(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는 부실한 내부통제 시스템과 책임지지 않는 이사회와 최대주주 등 지배구조에도 책임이 있다는 증권사의 분석이 나왔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8일 낸 ‘광주 사고와 HDC 거버넌스’ 보고서에서 “에이치디시가 2018년 9월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지배구조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지주회사 전환 전인 2012년말 현대산업개발의 최대주주는 템플턴자산운용(20.05%)이었다. 정몽규 회장 일가의 지분율은 18.7%에 그쳤다. 2018년 정 회장과 특수관계인은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가 된 에이치디시 지분을 34.29%로 높였다. 최남곤 연구원은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고 짚었다. 에이치디시와 현대산업개발의 2018년 배당 총액은 305억원으로 직전 연도(700억원)의 반토막에도 못미쳤다. 배당 급감으로 주가가 하락하자 그 틈을 타 최대주주는 지분율을 2019년 3분기에 37.03%로 끌어올렸다.
이후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과 해제 과정에서 경영진은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다. 현대산업개발은 2019년 12월 아시아나항공의 구주 취득과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결의했지만 이후 계약은 해제됐고 계약금 2010억원에 대한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로 인해 현대산업개발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당시 이사회는 본입찰 참여와 계약 체결승인을 만장일치로 결의했지만 계약 무산 이후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에이치디시와 현대산업개발의 합산 시가총액은 2017년 3조5천억원에서 현재 1조55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2020년 주주 유상증자 대금 3207억원을 감안하면 실제 손실은 더 크다. 그런데도 에이치디시그룹에서 책임을 지는 핵심 경영자는 없었다. 오히려 최대주주의 보수는 증가했다. 정몽규 회장이 에이치디시와 현대산업개발에서 받은 보수는 2017년 25억7천만원에서 2020년 39억9천만원으로 급증했다. 계열사인 현대이피(EP)에서 받은 보수를 포함하면 48억5천만원에 달한다. 최남곤 연구원은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최대주주가 원하는대로 경영을 할 수 있는 안정적 지분을 확보하면, 소수주주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이래도 지주회사 체제가 지배구조를 개선시킨다고 볼 수 있을까?”라는 물음표로 보고서를 끝맺었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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