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 근무가 코로나19 경기 충격을 완충시켜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오삼일, 이종하)은 20일 ‘팬데믹 이후 재택 근무 확산과 경기 완충 효과’ 이슈노트 보고서에서 “생산 요소를 이용 가능한 곳에 적절히 재분배할 수 있는 재택 근무는 팬데믹 기간 중 상당 폭의 경기 완충 기능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재택 근무는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2019년 재택 근무 이용자는 전체 취업자의 0.3%인 9만5천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114만명으로 12배 늘었다.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2%에 이른다.
재택 근무는 저연령층, 고학력층, 상용직, 대기업(300명 이상), 고숙련 직업 등을 중심으로 늘었다. 정보통신, 금융보험, 전문과학기술 등에서 재택 근무 비중이 높은 반면 대면 거래가 많은 숙박·음식, 보건복지 등에서는 비중이 낮았다. 또 코로나19 이후 반복되는 방역 강화 조처로 재택 근무가 가능한 일자리가 각광을 받으면서 이들의 임금 상승률은 비재택 근무자보다 높았다. 2020년과 2021년 재택 근무자의 임금상승률은 각각 11.8%, 8.2%였으나 같은 기간 비재택 근무자의 임금상승률은 4.0%, 2.7%에 각각 머물렀다.
재택 근무는 우리 경제의 코로나19 충격 회복에 도움이 되고 있다. 생산 활동이 지속될 수 있어서다. 보고서는 성장회계를 활용해 재택 근무 확산의 국내총생산(GDP) 기여도를 추정해 본 결과, 근무지 생산 감소 충격을 일부 보완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는 취업자들의 원래 근무지에서 발생하는 생산량을 감소시키는데,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1분기와 2분기 근무지 생산 감소는 국내총생산에 각각 2.9%포인트, 5.5%포인트씩 마이너스(-) 충격을 줬다. 그러나 같은 기간 재택 근무 생산이 증가하면서 국내총생산에 2020년 1분기 4.3%포인트, 2020년 2분기 1.0%포인트씩 각각 플러스(+) 기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무지 생산 감소가 국내총생산에 주는 충격을 재택 근무 생산이 어느 정도 보완한 셈이다.
재택 근무는 장단점이 존재한다. 출퇴근 시간 절약 등 효율성이 늘어날 수 있지만, 동료와의 대면 교류를 통한 창의성 증대 등이 없어질 수도 있다. 보고서는 “코로나19가 초래한 재택 근무 확산은 팬데믹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나, 상시 재택 근무 보다는 하이브리드 형태의 최적 근로조합을 찾아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며 “재택 근무가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은 예단하기 어려우나, 우리나라와 같이 출퇴근 소요시간이 길고 정보통신(IT) 인프라가 발달한 경우에는 재택 근무 확대로 인한 생산성 향상 여지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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