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부산항 신선대와 감만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가득 쌓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경상수지가 883억달러 흑자로 역대 3위를 기록했다. 다만 원자재 수입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흑자 규모가 한국은행의 전망치(920억달러)에는 못 미쳤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 행진 여부도 원자재값 추이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은은 10일 ‘2021년 12월 국제수지(잠정)’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연간 경상수지가 883억달러 흑자를 냈다고 밝혔다. 2015년(1051억달러), 2016년(979억달러) 이후 역대 세 번째로 큰 흑자액이다. 경상수지는 외국과 물건(재화)이나 서비스(용역)를 사고 판 결과다.
지난해 흑자 규모는 한은의 예상치(지난해 11월 전망) 920억달러보다는 작았다. 수입 가격이 비싸지면서 수출 호황의 성과를 깎아먹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간 수출액은 6500억1천만달러로 전년보다 무려 1321억1천만달러 늘었다. 수출은 반도체와 석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미국, 중국, 동남아 여러 지역에서 고르게 증가했다.
수입액은 더 늘어났다. 지난 한 해 수입액은 5738억1천만달러로 같은 기간 1365억달러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국제유가 등 세계적으로 원자재값이 치솟으면서 같은 물량을 수입해도 가격 부담이 훨씬 커진 것이다. 이에 경상수지 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수출액-수입액)가 762억1천만달러로 전년(806억달러)에 비해 44억달러 줄었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우리 경제는 원자재 해외 의존도가 높은 편인데, 작년 수입 가격 상승으로 수출입 차이가 줄면서 상품수지가 축소됐다”고 말했다.
한은은 우리 경제가 올해도 경상수지 흑자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흑자 규모는 애초 예상(약 810억달러)보다 줄어들 공산이 높다. 원자재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경상수지 흑자를 위협하고 있어서다. 한은이 올해 경상수지 전망 수치를 내놓은 지난해 11월 이후 두 달 연속 무역수지 적자가 나타난 바 있다. 정부는 무역수지 적자가 2월에도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한은은 경상수지 흑자 폭이 축소되어도 무역수지처럼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 경상수지 내 상품수지와 무역수지는 비슷하게 수출입 차이를 반영하지만, 포괄 범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경상수지 내 상품수지는 무역수지와 다르게 수출 쪽에서 선박 발주에 대한 선금·중도금 등 진행 단계별 대금, 우리 기업이 해외 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한 부분이 추가로 더해지는 반면 수입 쪽에서는 운임 및 보험료가 제외된다. 그런데 최근 선박 수주가 늘고 해외 생산 수출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여서 경상수지 내 상품수지는 무역수지보다 좋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여기에 경상수지는 상품수지 외에도 서비스수지와 본원소득수지가 포함된다. 작년 서비스수지와 본원소득수지는 화물운송 수입 및 내국인 해외 투자 배당금 증가 등으로 전년보다 적자 폭이 축소되거나 흑자 폭이 확대됐다.
황 국장은 “올해도 세계 경제와 국제 교역 회복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우리 수출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경상수지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라며 “무역수지의 수출입 차이와 경상수지의 상품수지는 다소 다르며, 경상수지 내 서비스수지와 본원소득수지도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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