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까지 심화된 ‘고용없는 성장’ 코로나19로 더 강해질 수도

고용민감도 2014∼2019년 하락세
매출 증가해도 일자리 수 크게 안 늘어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2014~2019년 한국 경제의 ‘고용 없는 성장’이 심화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매출 증가에 견줘 일자리는 덜 늘렸다는 얘기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자동화 등으로 사회 구조가 바뀌면서 고용 없는 성장이 더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14일 ‘성장과 고용 간 관계, 기업자료를 이용한 분석’ 이슈노트 보고서를 통해 2014~2019년 기업 매출 증가율이 1%포인트 상승할 때 고용 증가율(고용민감도)은 0.29%포인트 올라갔다고 밝혔다. 기간을 더 쪼개서 고용증가율을 살펴보면 2014~2016년은 0.31%포인트 상승, 2017~2019년은 0.27%포인트 상승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수치가 감소했다.

이는 기업들이 매출 증가에도 점점 일자리를 늘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한은은 이 같은 고용민감도 감소는 주로 제조업 300인 이상, 서비스업 300인 미만 기업에서 집중했다고 밝혔다. 제조업 300인 이상 기업은 매출 증가율이 1%포인트 상승할 때 고용 증가율이 2014~2016년 0.37%포인트 상승했으나 2017~2019년 0.28%포인트 상승으로 축소됐다. 한은은 “해당 기업의 고용 창출력 약화는 매출 증가가 채용보다 기계 장치에 대한 설비투자 증가로 이어진 데 상당 부분 기인한다”고 말했다.

서비스업 300인 미만 기업들은 매출 증가율 1%포인트 상승할 때 고용 증가율이 2014~2016년 0.28%포인트 상승했으나 2017~2019년 0.13%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쳤다. 해당 기업들은 경쟁 심화로 원가 부담을 가격에 전가하기 쉽지 않으면서 채용에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한은은 추정했다.

이번 분석은 상용근로자가 50인 이상 및 자본금 3억원 이상을 대상으로 한 기업활동조사(2014~2019년)를 토대로 이뤄졌으며, 대상 기업은 총 4만1467곳이다. 해당 연도의 경기 요인 및 임금 상승 등을 통제한 후 기업 매출과 일자리 수의 상관 관계를 추정했다.

한편, 기업들의 고용민감도는 코로나19 이후 더욱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앤컴퍼니는 지난해 2월 ‘코로나19 이후 직업의 미래’ 보고서에서 6개 선진국(미국·독일·영국·프랑스·일본·스페인)과 2개 개발도상국(중국·인도)에서 2030년까지 1억명 이상의 근로자가 실직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대면 일자리와 온라인 거래 부상, 자동화 도입 등의 경제 구조 변화 속에서 기존 일자리들은 위협을 받으며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에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전슬기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