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의 이사회 내 여성 비중이 세계 72개국 중 네번째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세계 4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딜로이트 글로벌이 최근 펴낸
‘기업 이사회 내 성 다양성’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한국 기업 이사회에 등록된 여성 비율은 4.2%로 세계 평균인 19.7%에 크게 못 미쳤다. 72개국에 소재한 1만493개 기업, 이사직 17만6340개 이상과 다양성 할당량 등에 대한 정보를 추가 수집해 분석한 결과다. 한국기업의 여성 이사 비중은 카타르(1.2%), 사우디아라비아(1.7%), 쿠웨이트(4%)에 이어 4번째로 낮았다. 딜로이트는 여기에 아랍에미리트(5.3%)를 포함해 5개국을 최하위 그룹으로 분류했다. 중동국가를 빼면 한국의 여성이사 비율이 세계 꼴찌로 평가된 것이다. 이사회 의장이나 최고경영자(CEO)로 활동하는 여성 비율도 한국 기업은 각각 2.3%, 2.4%에 그쳐, 세계 평균(6.7%, 5%)에 못미쳤다.
국내에선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이사 전원을 특정 성으로 구성할 수 없다’는 자본시장법 조항이 오는 8월부터 적용된다. 국제 의결권 자문사들은 한국시장 의결권 행사지침에 여성이사가 없는 기업에 대해 이사회 의장 등의 재선임안을 반대할 것을 권고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여성 시이오의 리더십과 이사회 다양성 사이에는 상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이 시이오로 있는 기업의 이사회 내 여성 비율은 33.5%로, 남성이 시이오인 기업의 여성이사 비율 19.4%보다 훨씬 높았다. 여성이 이사회 의장인 기업의 여성이사 비율(30.8%)도 남성이 의장인 기업의 여성이사 비율(19.4%)보다 높았다. 역으로 성 다양성이 실현된 이사회일수록 여성을 시이오와 이사회 의장으로 임명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72개국의 여성 이사 비율은 3년 전과 견주면 2.8%포인트 증가했다. 딜로이트 글로벌은 “이러한 속도라면 2045년에 남녀 이사 비율이 동등해지는 ‘젠더 패리티’에 가까운 수치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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