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각종 외한관련 차트를 띄워둔 채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2년 미만 정기 예·적금이 ‘역대 최대’인 20조5천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열됐던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관망세’가 짙어진 모양새다.
한국은행은 17일 ‘2021년 12월 통화 및 유동성’ 자료를 통해 지난해 12월 광의통화(M2, 평잔 기준) 잔액은 3613조원으로 전월보다 23조8천억원(0.7%) 늘었다고 밝혔다. 광의통화는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성 자금을 뜻하며, 시중 통화량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투자 대신 단기 예·적금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광의통화 중 협의통화(M1, 평잔 기준) 잔액은 1341조9천억원으로 전월보다 8조2천억원(0.6%) 줄었다. 협의통화가 전월 대비 감소한 것은 2018년 12월(-0.4%) 이후 3년 만이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시중 유동성은 대출과 투자가 많았다. 이로 인해 자금을 마련한 후 부동산 또는 주식 거래를 위해 돈을 빨리 조달할 수 있는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이 포함되는 협의통화가 크게 늘었다. 그러나 작년 12월 협의통화가 3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한 것은 그만큼 투자 과열이 식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광의통화 내 2년 미만 정기 예·적금은 지난해 12월 한 달 새 무려 20조5천억원 증가했다. 증가 규모가 비교 가능한 통계가 시작된 2002년 1월 이후 최대치다. 작년 연말을 기점으로 경제 주체들 사이에서 대출과 투자를 줄이고, 단기 예·적금에 돈을 넣으면서 향후 자산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관망세가 강해졌다는 얘기다. 자산 시장은 우리나라와 미국 중앙은행의 긴축 전환, 국내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등으로 지난해 말부터 흔들리는 모습이다.
한은 관계자는 “협의통화에는 보통 부동산과 주식 투자 때 많이 쓰는 일반 계좌가 포함되는데, 이번에 협의통화는 전월보다 감소한 반면 2년 미만 정기 예·적금이 크게 늘었다”며 “시중 유동성이 대출과 투자 중심에서 정기 예·적금 등으로 기조가 바뀌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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