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경제 여건이 크게 변화하면서 고용, 물가, 경기와 같은 핵심 경제 지표가 현실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특수성을 고려해 지표 개편이나 보조지표 개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 경기 꺾이는 것 맞나?
최근 6~9개월 가까운 미래의 경기를 보여주는 경기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7월 이후 꾸준히 내림세다. 통상적이라면 경기가 곧 꺾일 수 있다는 위험 신호로 해석된다. 하지만 실제 경기가 그런 흐름을 보일지에 대해선 반신반의하는 목소리가 경제 분석가들 사이에서 적잖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이런 견해가 나온 바 있다. 지난 1월 금통위에서 한 위원은 “경기종합지수(순환변동치)가 기조적 흐름을 잘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새로운 지표 발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경기 선행지수에 영향을 많이 주는 재고와 코스피지수의 흐름이 코로나19로 인해 실제 경기와 괴리가 커지거나 그 성격이 달라져서다. 한 예로 지난해 3분기 국내 제조업 재고 증가율은 약 9년 만에 가장 높은 8.2%였다. 그러나 이를 경기가 나빠서 쌓이는 ‘악성 재고’가 늘어난 영향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외려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같은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을 재고 급증의 핵심 요인으로 보는 시각이 더 많다. 문제는 선행종합지수가 이러한 재고의 달라진 성격을 고려하지 않는데 있다. 한은이 이달 초 낸 보고서에서 “최근 재고 증가를 제조업 경기 둔화로 보기 어렵다”고 밝힌 이유다.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간 괴리가 커진 것도 선행지수가 현실과 다른 흐름을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선행지수에 반영되는 코스피지수는 지난 2년 동안 경기와 무관하게 크게 상승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코로나19 이후 재고 증가에 ‘긍정적 재고’가 적지 않고, 실물 경제와 금융시장이 분리된 ‘디커플링’도 나타나고 있어 경기 선행지수 해석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 현실보다 낮다는 실업률, 물가
고용과 물가 지표 또한 논란 대상이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조사는 미취업자 중 구직활동을 한 이들은 ‘실업자’, 구직활동조차 안 하는 이들을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한다. 문제는 코로나19 이후 방역 조처 탓에 구직활동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비자발적 구직포기자가 모두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면서 실업률이 과소 집계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지난해 구직 단념자는 62만8천명으로 2014년 통계 개편 이후 최대치였다. 이에 대해 한은은 지난해 9월 “2020년 3월~2021년 8월 실제 실업률은 공식 통계보다 평균 0.29%포인트 높다”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 방역조처 완화로 이런 실업률의 과소 포착 현상이 다소 누그러들고 있지만, 여전히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은 담당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아직 비자발적 구직단념자들이 남아 있기 때문에 실업률 하향편의 추세가 남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가 지표도 코로나19로 바뀐 소비 행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출과 대면 서비스업 지출 대신 내구재 구입 및 온라인 거래 등에 돈을 쓰는 현상을 잘 포착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12월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이후 소비 행태가 크게 바뀌었는데, 과거 지출 행태에 기반을 둔 소비자물가지수는 ‘실제 인플레이션'보다 일부 과소 평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공급망 차질 등 코로나19 이례적 상황도 전체 물가지수를 왜곡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와 미국 중앙은행이 일시적 가격 급등락을 제거한 조정평균물가, 비탄력적 물가 등의 보조지표 개발에 나서고 있는 까닭이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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