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1.75~2.00%까지 올리겠다고 밝혔다. 올해 ‘3%’ 견실한 경제 성장과 ‘3.1%’ 높은 물가 전망을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이러한 금리 인상 계획과 경제 전망도 변화가 예상된다.
한은은 2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현 1.25% 금리를 만장일치로 동결했다. 한은은 그 대신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해 강한 신호를 던졌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시장에서는 올해 말 기준금리를 1.75~2.00%로 보고 있다”는 질문에 “시장의 예상과 우리 시각에 큰 차이는 없다”고 답했다. 연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씩 2~3차례 더 오를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 연간 경제 성장률은 3.0%,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로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경제 전망 때와 성장률은 동일하나 물가 상승률 전망값은 2.0%에서 크게 끌어올린 것이다. 2011년(4.0%) 이후 연간 기준 물가상승률이 3%를 넘어선 적은 지금까지 한 차례도 없었다. 이 총재는 “앞으로 통화정책은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금융불균형 위험도 여전하다는 점에서 완화 정도를 계속 적절히 조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이런 흐름으로 올해 경제가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우크라이나 사태라는 대형 돌발악재가 부상해서다. 한은이 이번에 내놓은 경제 전망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긴장 관계 상황은 반영됐으나 전면전 등 무력 충돌 영향은 고려되지 않았다. 사태가 악화될 경우 경제성장률과 물가, 경상수지 등 주요 경제 전망이 크게 뒤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자연스레 기준금리 인상 속도도 달라질 수 있다.
이 총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면전이 발생하면 원자재 수급 불균형이 국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또 서방에서 경제 제재 수위를 높이면 이는 글로벌 교역 위축으로 우리 경제의 생산과 수출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낮추고, 물가는 올리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