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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러시아 ‘핵무기급’ 금융 제재 …‘스위프트 퇴출’ 의미는?

등록 2022-02-27 17:19수정 2022-02-28 02:32

미국·유럽, 스위프트 제재 발표

기업·개인 결제거래 등 모두 막혀
‘금융 핵무기’ 불릴만큼 고강도지만
전부 아닌 ‘선별한 일부 은행’ 언급
‘특정한 타깃’ 지목할 가능성 높아

유럽, 피해 커 전면 차단에 부정적
러-중 ‘별도 결제망’ 강화 나설 땐
달러 패권 약화·물가 상승 가능성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한 뒤 반전 시위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사는 우크라이나인 마리나 셰프추크(32)와 그의 딸 탈리야(4)는 26일(현지시각) 시위에서 전쟁을 멈추라고 외쳤다. 탈리야의 손에 담긴 구호는 “러시아를 (국제금융결제망)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에서 몰아내라”는 뜻이다. 바르셀로나/로이터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한 뒤 반전 시위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사는 우크라이나인 마리나 셰프추크(32)와 그의 딸 탈리야(4)는 26일(현지시각) 시위에서 전쟁을 멈추라고 외쳤다. 탈리야의 손에 담긴 구호는 “러시아를 (국제금융결제망)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에서 몰아내라”는 뜻이다. 바르셀로나/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이란과 북한에 적용한 매우 강력한 경제 제재 수단을 꺼내들면서 압박 수위를 한층 끌어올린 것이다. 다만 이번 ‘스위프트 제재’가 국내외 경제에 미칠 파장은 ‘제한 범위’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미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영국·캐나다 정상들은 26일(현지시각) 공동성명을 통해 러시아 은행들을 스위프트망에서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스위프트는 전 세계 200개국의 1만1천개 금융기관(중앙은행 포함)이 국제 거래 결제 때 쓰는 전산망이다. 여기서 배제된다는 것은 러시아 기업 및 개인의 수출입 대금 결제, 해외 대출·투자가 모두 막힌다는 뜻이다. 최악의 경우 러시아와 거래를 하려면 현금을 직접 싸 들고 찾아가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된다. 국제사회에서는 그동안 스위프트 제재를 ‘금융 핵무기’라고 부르며 이란과 북한에만 적용해왔다.

다만 러시아에 대한 이번 스위프트 제재는 향후 ‘제한 범위’가 어떻게 구체화될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동성명서가 스위프트 제재 범위에 대해 ‘러시아 은행 전부’가 아니라 ‘선별한 일부 러시아 은행’(selected Russian banks)이라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스위프트 제재가 결정됐지만, 아직 범위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만약 스위프트 제재가 전면 시행된다면 러시아 금융기관 300여 곳이 결제망에서 쫓겨난다. 이 경우 러시아 경제가 입는 충격이 상당할 수 있으며, 러시아와 거래선이 있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른 국가도 피해가 불가피하다.

특히 유럽의 피해가 가장 클 수 있다. 유럽은 전체 천연가스의 40%를 러시아에서 조달하고 있는데, 스위프트 제재로 원자재 거래 결제가 막히면 각국 경제 활동에 차질이 생기고 물가가 급등할 수 있다.

이에 유럽은 스위프트 제재에 동의하면서도 전면 차단에는 부정적인 모습이다. 27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과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장관은 공동 성명에서 “러시아를 스위프트에서 배제할 경우 부수적인 피해를 피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며 “우리에게는 특정 타깃을 목표로 하는 제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발언을 보면 스위프트 제재가 전면적 시행보다는 특정 러시아 은행들을 지목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미국과 유럽이 범위를 협상한 후 추후 구체적인 사항을 다시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스위프트는 벨기에에 본부가 존재하면서 유럽 관할 아래에 있다. 지난 2012년 이란을 스위프트에서 배제할 때도 유럽연합(EU)의 별도 공식 선언이 나온 후 제재가 시작됐다.

우리 정부도 일단 러시아에 대한 스위프트 제재의 ‘범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경제가 받는 영향도 달라져서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이 스위프트 제재를 발표했으나 전면적인지, 은행 몇 곳을 지정해서 배제한다는 것인지 등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제재 방식에 따라 국내 경제에 주는 파급 효과가 달라지므로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위프트 제재가 실행되면 국내 경제는 직접적으로 러시아와 거래선이 있는 기업과 금융기관이 피해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간접적으로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와 원자재 중심의 물가 상승 및 달러 패권 전쟁 등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정민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러시아유라시아팀 부연구위원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국제 금융 거래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며 “국내 기업마다 부정적 영향이 다를 수 있는데,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 취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스위프트에서 배제된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별도의 국제 결제망을 강화하려고 나설 수 있는데, 이는 중장기적으로 달러 패권의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또한 스위프트 제재로 원자재 교역에 애로 사항이 발생하면 전 세계 물가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전슬기 김영배 이지혜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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