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디지털화폐’ 도입 ‘내 삶’ 어떻게 바뀌나요

등록 2022-02-28 04:59수정 2022-02-28 08:44

CBDC 동전 및 지폐 ‘전자형태’로 발행
한은 1단계 모의실험 결과 살펴보면
CBDC 전자지갑 은행계좌 잔액과 연동
‘빅브라더’ 논란 고려 중앙은행 정보 제한
클립아트코리아
클립아트코리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시비디시는 중앙은행이 법정 통화를 동전이나 지폐가 아닌 전자적 형태로 발행하는 것이다. 다만 설계 및 운영 방식이 매우 다양하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아직 연구할 것이 많다고 강조하고, 일반인들은 도대체 어떤 것인지 잘 와 닿지 않는 이유다. 한국은행의 시비디시 모의실험 1단계 결과를 통해 실생활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 살펴봤다. 물론 한은의 실험 역시 그야말로 ‘연구 단계’로 최종 도입까지는 수년이 더 걸릴 전망이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어떻게 지급되나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동전 및 지폐가 내 손에 올 때까지는 중간 금융기관을 거친다. 반면 시비디시는 중앙은행과 국민 개인이 곧바로 계좌를 트는 직거래도 불가능하지 않다. 이러한 직접형 방식 외에도 운영 방식은 간접형, 혼합형, 중계형 등 다양하다. 다만 연구를 진행 중인 대다수 중앙은행은 직접형 방식보다는 현 금융 체계에 최대한 혼란을 주지 않는 혼합형, 중계형을 더 선호하는 분위기다.

한은이 지난해 12월 완료한 1단계 모의실험 또한 혼합형 방식으로 설계됐다. 중앙은행이 금융기관을 거쳐 민간에 통화를 공급하는 현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다. 구체적으로 한은은 시비디시를 제조한 후 금융기관의 지급준비금과 잔액을 조정하면서 이를 발행한다. 이후 금융기관이 시비디시를 개인 및 기업에 유통하는 구조다.

이 구조에서 일반인들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시비디시가 도입되면 각 개인은 금융기관으로부터 ‘시비디시 전자지갑’을 발급 받을 수 있다. 이 전자지갑에 시비디시를 충전하면 각 개인의 은행 계좌 잔액이 그만큼 차감되고, 시비디시 전자지갑으로 송금 및 결제를 하면 된다. 어떻게 보면 현재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미 우리는 신용카드와 모바일 간편 결제 등으로 ‘현금 없는 생활’을 하고 있어서다.

■ ‘빅 브라더 사회’ 오나요 지금과 뚜렷하게 다른 점은 있다. 시비디시 전자지갑은 금융기관이 발급하지만, 최종 관리와 책임은 중앙은행이 맡는다는 점이다. 각종 전자 결제에 연동되는 은행 계좌의 돈은 해당 은행이 직접 ‘예금자 보호법’ 등으로 관리하고 책임지는 현재 구조와 크게 다르다. 은행 계좌 돈은 고객들이 은행에 맡긴 것이고, 전자지갑 안 시비디시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화폐인 터라, 책임 소재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시비디시를 둘러싸고 ‘빅 브라더’(정보 독점으로 통제하는 사회) 논란이 이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최종 관리를 맡는 중앙은행이 시비디시 전자지갑을 통해 개인의 거래를 들여다보면서 통제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다.

중앙은행들도 이 같은 걱정을 모르지 않는 모습이다. 한은도 개인정보 보호 장치를 함께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은의 1단계 모의실험은 ‘빅 브라더’ 논란을 고려해 중앙은행이 시비디시 돈의 이동만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그 돈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전자지갑을 발급한 금융기관만 알 수 있는 것이다. 중앙은행들에 시비디시 전자지갑 정보는 개인 신원을 파악할 수 없도록 난수 값으로만 제공된다. 쉽게 말해 중앙은행은 시비디시가 어디서 어디로 이동했는지 알 수 있으나 그 돈의 거래 주체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는 얘기다.

■ 은행 예금 감소한다는데 만약 한은이 시비디시 도입을 결정한다면 이처럼 현 금융 체계를 최대한 흔들지 않는 방식으로 설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여러 보완 장치에도 불구하고 일부가 영향을 받는 것은 불가피하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은행 예금 감소다. 시비디시는 기존 은행 예금 잔액을 차감하면서 충전되는데, 사람들이 돈을 ‘시비디시’ 형태로 바꿔 보관하는 것을 더 선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쟁이나 경제 위기 등이 발생해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질 경우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높아져 민간 금융기관의 예금보다 중앙은행이 책임지는 시비디시 지갑으로 자금들이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민간 은행은 무너져도 중앙은행은 망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금융시장이 흔들릴 때 정부가 보증하는 안전한 채권으로 돈이 쏠리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시비디시가 예금을 상당 부분 대체할 경우 대출 및 투자를 위한 재원이 감소하게 되므로 은행의 자금중개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 은행들이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대출 금리 상승, 대출액 감소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또한 이 얘기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파급 효과가 떨어진다는 뜻도 된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조정은 시차를 두고 은행들의 예금·대출 금리에 반영되면서 실물 경제를 움직인다. 은행 예금이 감소하고, 대출이 줄면 그만큼 파급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이에 학계에서는 중앙은행이 시비디시 전자지급에 직접 금리를 부여하는 구상도 거론된다. 플러스(+) 금리를 주거나 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때 주요국에서는 금리를 내려도 시중에 돈이 잘 돌지 않자, 시비디시 계좌 도입 후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면 경제 주체들이 어쩔 수 없이 예금보다 소비에 나설 것이라는 발상이 부상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은 또다른 논쟁거리를 낳을 수 있다. 시비디시 전자지갑은 중앙은행이 화폐를 유통하는 경로일 뿐인데, 여기에 중앙은행이 이자를 줘야 하는지에 대해 각종 법적 논쟁이 벌어질 수 있다. 법률적인 관점에서 이자는 통상 대출 등 금전 사용의 대가로 지급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화폐의 일종인 시비디시에 이자를 지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나오는 까닭이다. 실제 이미 시비디시를 도입・운영중인 바하마, 동카리브, 나이지리아 등도 이자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시비디시 전자지갑의 마이너스 금리를 통한 통화정책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 해당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현금이 완전히 없어져야 한다. 현금과 시비디시가 병행되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마이너스 금리가 부과될 경우 전자지갑에 돈을 안 넣어두고, 자금을 현금으로 확보하거나 은행 예금 계좌로 이동시키면 된다. 의도한 소비 및 투자 촉진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시비디시 도입을 통해 기존 현금 발행을 중단하려면 굉장히 어려운 사회적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

■ 언제 도입되나요 경제 규모가 큰 주요국 중 시비디시를 정식 도입한 국가는 아직 없다. 중국은 시범운영 중이며, 한국과 유럽연합(UN) 및 일본은 모의실험에 착수한 상태다. 미국, 영국 등은 이보다 낮은 단계인 기초 연구를 하고 있다. 한은의 경우 지난해 8월부터 모의실험을 시작했으며, 1단계 완료 후 2단계를 진행 중이다. 한은은 2단계 모의실험이 끝나도 곧바로 시비디시를 도입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시비디시의 기술적 연구가 끝난다고 해도 법적 기반 마련, 사회적 공감대 형성 등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가 많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2년 내 시비디시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도입을 결정한다고 해도 실제 발행까지는 3~4년이 더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또 사이트 터질라…‘힐스테이트 세종 리버파크’ 청약 일정 변경 1.

또 사이트 터질라…‘힐스테이트 세종 리버파크’ 청약 일정 변경

원-달러 환율 1500원까지 오르면 2월 기준금리 인하 어렵다 2.

원-달러 환율 1500원까지 오르면 2월 기준금리 인하 어렵다

이복현, 이재용 무죄 판결에 “공소 맡았던 담당자로서 국민께 사과” 3.

이복현, 이재용 무죄 판결에 “공소 맡았던 담당자로서 국민께 사과”

금값 급등에 한국금거래소 누리집 접속 몰려…한때 ‘먹통’ 4.

금값 급등에 한국금거래소 누리집 접속 몰려…한때 ‘먹통’

세계 중앙은행 ‘골드 러시’…한은은 11년째 금 매입 중단 5.

세계 중앙은행 ‘골드 러시’…한은은 11년째 금 매입 중단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