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3일 서울의 한 은행에 붙은 대출 안내 현수막. 연합뉴스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가 지난 1월 다시 큰 폭 상승했다. 평균 금리가 3.91%로 7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한국과 미국 중앙은행의 긴축 행보가 대출 금리를 밀어 올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3일 ‘2022년 1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자료를 통해 올해 1월 예금은행 가계대출 평균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3.91%로 전월보다 0.25%포인트 상승했다고 밝혔다. 2014년 7월(3.9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가계대출 금리 상승세는 올해 들어 다시 가팔라졌다. 금리 상승 폭(전월 대비)은 지난해 10월 0.28%포인트까지 확대된 이후 11월(0.15%포인트)과 12월(0.05%포인트)을 지나면서 점차 축소됐다. 그러나 올해 1월 0.25%포인트로 상승 폭이 다시 커졌다.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3.85%, 일반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5.28%까지 올라갔다. 이 때문에 은행권 가계대출 신규취급액 중 금리 수준이 5% 이상 되는 비중도 8.2%로 2014년 5월(8.7%)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가계대출 금리는 지표금리 상승 영향을 받고 있다. 송재창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지표금리 상승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르고, 중금리대출 확대 등으로 일반신용대출 금리도 올랐다”고 말했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신규 취급액 기준)의 경우 지난해 12월 1.69%, 올해 1월 1.64%를 각각 기록했다. 코픽스는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까닭에 올해 1월 대출 금리에는 지난해 12월 코픽스가 영향을 줬다.
올해 1월 1.64%로 전월(1.69%)에 비해 다소 하락한 코픽스의 영향은 2월 가계대출 금리에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가계대출 금리 상승세가 소폭 둔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가계대출 금리 상승세가 본격적으로 꺾일지는 미지수다. 코픽스는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금리 인상 시작 및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국고채 금리 상승 등으로 향후 오를 수 있는 요인들이 산적해 있다.
은행권 금리가 연일 치솟자 대출을 ‘고정금리’로 받는 사람들도 조금씩 늘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1월 신규취급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 비중은 23.7%를 차지했다. 여전히 변동금리 비중 76.3%와 비교해서는 작은 수준이지만, 전월(17.9%)에 비해서는 비중이 확대됐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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