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가 한시적으로 4월 말까지 시행하려던 유류세 20% 인하 조처를 3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보다 높은 수준으로 치솟을 경우 인하 폭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어 “고유가로 인한 물가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4월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20%) 및 액화천연가스(LNG) 할당관세 0% 조치를 7월 말까지 3개월 연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로 지난해 10월(3.2%) 이후 5개월 연속 3%대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석유류 물가상승률은 19.4%로 고물가를 이끄는 상황이다. 홍 부총리는 “향후 국제유가가 현 수준보다 가파르게 상승해 경제 불확실성이 더 확대될 경우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107.7달러로 100달러를 넘겼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 등으로 가격·수급 불안 우려가 있는 곡물과 원자재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 및 물량 증량을 추진한다. 홍 부총리는 “겉보리, 소맥피 등 사료대체가능 원료의 할당관세 물량 확대, 감자분의 세계무역기구(WTO) 저율관세활당(TRQ) 물량을 늘리고, 칩용감자 할당관세 작용 및 조제땅콩 저율관세할당 물량 증량도 추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네온·크립톤 등 반도체 제조 공정에 활용되는 대외의존도 높은 핵심품목에 대해서는 수급 상황을 점검해 3월 중 할당관세 적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가공식품·외식업계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사료·식품 원료구매자금 금리를 각각 0.5%포인트 낮추고,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4월 부가세 예정 고지 제외, 식품 포장재 교체 부담 완화 등을 추진한다. 최근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세가 이어지도록 이달에도 총 70억원 규모의 농·축·수산물 할인쿠폰을 지원하고, 배추 비축 및 채소가격안정제 물량을 활용해 채소류를 중심으로 수급 관리에 나선다. 또 가공식품 등 가격 인상과 관련해선 경쟁사 간 가격 등 정보교환 합의만으로도 담합에 해당할 수 있다는 개정 공정거래법을 엄격히 적용해 법 위반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히 대응할 방침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높은 물가상승률은 실질소득을 감소시켜 민생과 경기회복을 저해할 수 있어 기대인플레이션 확산을 차단하는 것이 매우 긴요하다”며 “대외요인의 국내 영향 최소화와 대내 생활물가의 절대안정이라는 방향 하에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가의 경우 가격 결정이 자율화된 시장경제 하에서 정부 조처 및 노력만으로 물가안정을 이루는 데 한계가 있다”며 “관련 업계도 가격 인상 시기 및 인상 폭 조정 등을 통해 정부의 물가안정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협조해달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연 것은 2017년 1월 이후 5년 만이다. 이날 회의에는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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