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10일 오후 은행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첫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10일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서민 생활물가와 민생 안정”이라며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손실보상이나 민생 안정대책, 방역 관련 부분은 물가 불안에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조합을 찾겠다”고 밝혔다. 추 후보자는 구체적인 추경 규모와 시기 등에 대해서는 “현재 기획재정부의 실무적 협조를 받아 검토 작업에 착수했기 때문에 4월 말, 5월 초쯤 돼야 소개해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추 후보자는 이날 오후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추경을 하면 재정 쪽에서 지출이 일정 규모 나가게 되면서 결국 물가 불안과 상충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는데 거시적으로 보면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금리로 대응하고 재정도 긴축으로 가야 한다는 해법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당장 그의 앞에는 풍부한 유동성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서 비롯된 ‘고물가’ 대처가 핵심 과제로 놓여있다. 현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에 진입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상황에서 물가만 상승하는 현상) 우려가 커지면서 기준금리 인상, 유류세 인하율 30%로 확대 등의 조처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대선 기간 공약한 ‘50조원 추경 편성’이 되레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데 따른 것이다. 그는 “코로나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덜어드리고 온전한 손실보상을 해 드리는 것이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추 후보자는 새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과 관련해 “정부가 직접 물가를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시대도 아니고 정책 수단도 굉장히 제약돼 있다”며 “세제나 여러 가지 수급 안정 노력, 유통구조 개선 등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정부가 직접 결정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게 공공부문에 관한 요금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구조를 살펴서 필요할 때 서민물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추 후보자는 “공공부문 가격이 수급에 의해 가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들이(공기업) 과연 공공요금 안정 노력을 위해 제대로 했는지(봐야 한다). 방만 경영하고 가격 인상요인을 누적시키며 때가 되니깐 올려야겠다고 무책임하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추 후보자는 또 “국회와 정부가 함께 지켜나갈 재정준칙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며 윤 당선자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재정건전성 회복에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만 그는 “구체적인 내용이나 시기 등은 국회와 논의가 필요하다”며 “코로나 등 일시적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서는 예외적인 재정 운용이 있을 수 있다”고도 했다.
추 후보자는 이 자리에서 “투기수요 억제라는 미명으로 부동산 세제를 과도하게 동원해 국민에게 부담을 주고 이를 통해 집값을 잡겠다는 접근은 잘못됐다”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며 “과도한 보유세, 양도세 등에 관한 정상화가 필요하고 재개발·재건축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정상화 대책이 단기적으로 시장 불안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하면서 세밀하게 추진하겠다. 원점으로 되돌리는 과정이 너무 빠르면 또 다른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 출신인 추 후보자는 1981년 행정고시(25회)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박근혜 정부 기획재정부 1차관과 국무조정실장(장관급) 등을 지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기획조정분과 간사를 맡고 있다.
추 후보자는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직접 윤 당선자에게 추천했다고 한다. 인수위 관계자는 “실물 경제에 밝고 정무 감각도 갖춰 경제 원팀을 이끌 최적임자”라고 설명했다. 현역 국회의원이라 인사청문회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인사청문회에서는 추 후보자의 ‘론스타 사태’ 연루 의혹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추 후보자는 미국계 헤지펀드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하던 2003년에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으로서 매각 과정의 주무를 맡았다. 론스타가 막대한 차익을 얻고 한국을 철수해 ‘먹튀’ 논란이 일던 2011년에도 추 후보자는 금융위 부위원장으로서 사태에 깊숙이 관여한 바 있다. 추 후보자는 “청문회 때 저와 관련한 부분은 소상히 설명드리겠다. 그 문제는 원칙에 따라 국익을 앞에 놓고 일 처리를 해왔다”고 답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