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다주택자 양도세 한시 완화 추진 요청에 새 정부가 할 일이라며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앞서 인수위는 지난달 말 현 정부가 다주택자 중과 한시 배제 방침을 4월에 추진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는 11일 예정에 없던 보도자료를 내어 인수위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 방침과 관련해 “새 정부 출범 직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앞서 인수위 경제1분과 최상목 간사는 3월31일 인수위 브리핑에서 “정부에서 다주택자 중과세율 한시 배제 방침을 4월 중 조속히 발표하고, 발표일 다음 날 양도분부터 적용되도록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달라고 요청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기재부의 발표는 최 간사의 요청에 대한 화답 성격이 짙다.
기재부는 반대 이유에 대해 “새 정부 출범 이후 새로운 정책기조 하에 마련된 종합적인 부동산 정책 로드맵에 따라 여타 정책들과 연계해 검토하고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특히 국민의 신뢰 확보와 공평 과세 원칙 명분을 내세웠다. 기재부는 “공정과세 기반 위에 투기 수요 억제 및 실수요자 보호라는 정책 기조를 믿고 따라준 국민에 대한 신뢰 보호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가 바뀌어 새 정부 철학에 따라 정책기조를 변경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현 정부 임기 중에 주요 정책기조를 변경해 무주택자, 1주택자, 기 주택매각자 등에 대한 형평 문제가 나타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는 5월11일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인수위는 이날 별도 메시지를 내어 “새 정부 출범 이후 시행령 개정에 착수해 5월11일부터 소급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란 다주택자 양도 소득에 한해 높은 세율을 부과하는 것을 가리킨다. 구체적으로 2주택자에겐 기본세율(6∼45%)에 20%포인트를, 3주택자에는 30%포인트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한다.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에서 집을 팔 경우 양도 차익의 최대 75%(국세 기준)를 세금으로 내는 셈이다.
반면 정부는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부담 완화를 위해 1세대 1주택자와 같은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은 검토한다. 기재부는 “이사나 상속 등 부득이한 사유로 인한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해 1세대 1주택자 혜택을 동일하게 부여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며 “법률 개정 사항으로, 입법 조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1세대 1주택자가 올해 재산세와 종부세를 납부할 때 2021년도 공시가격을 적용하고, 고령자 납부 유예를 도입해 세 부담을 낮춰주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법이 개정되면 일시적 2주택자도 이런 혜택을 받게 된다. 종부세 기본 공제액도 공시가격 일반 기준인 6억원이 아닌 11억원으로 상향되고, 최대 80%까지 고령자·장기보유 세액공제도 받을 수 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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