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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이창용의 ‘폴리시믹스’…증세 로드맵에 최저임금 차등 언급까지

등록 2022-04-17 17:09수정 2022-04-17 17:47

한은 총재 후보자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
통화정책 외 다른 정책 구체적 언급
“정부정책과 조화, 한은 독립성 훼손 아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통화정책과 정부정책 조화는 독립성 훼손이 아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오는 19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통화정책 뿐만 아니라 재정, 금융 정책에 대한 광범위한 견해를 드러냈다. 새 정부의 50조원 추가경정예산이 일시·선별적이어야 한다고 밝혔으며, 향후 10년간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0.5%씩 증세를 하는 방안도 정부에 제안했다. 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 차등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한은 독립성 훼손을 우려해 정부에 말을 아꼈던 과거 총재들과 사뭇 다른 행보다.

17일 <한겨레>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위해 이 후보자가 제출한 전체 서면 답변서를 살펴본 결과, 그는 재정·금융정책에 대해 구체적 생각을 밝히면서 적극적인 ‘폴리시믹스’(Policy Mix)를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최근 통화정책 운영의 틀이 재정정책 및 구조조정정책 등과 조율해 나가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데, 이것이 독립성을 훼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가 취임 이후 통화정책 뿐만 아니라 다른 경제정책을 놓고서도 정부와 활발하게 소통하겠다는 얘기다. 이러한 행보는 그가 학계, 공직, 국제기구 등 다방면에 경험이 풍부해 경제의 ‘큰 그림’을 잘 알고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러면서 이 후보자는 새 정부의 50조원 추경에 대해 “추경이 일시적이고 선별적인 지원(코로나 피해보상 등)일 필요가 있으며, 국채발행을 통해 소요재원을 마련한 경우라면 이에 대한 해소방안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만약 거시경제에 주는 영향이 크게 나타나면 통화정책을 통해 이를 완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대규모 추경을 추진하면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또한 “정부부채를 보다 엄격히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증세 합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향후 10년간 매년 지디피 대비 0.5%씩 세수(연금 등 사회보장기여금 포함)를 증가시키되 이를 직접 복지지출 재원으로 연계시키는 방안도 하나의 아이디어로 기획재정부가 검토해볼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아울러 “기본소득은 취약계층의 선별적 복지지원이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된 이후에 논의해야”, “국민재난지원금은 선별적 지원 효율성이 더 컸을 것” 등의 답변도 내놨다.

이 후보자는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 정부지출 확대를 직접 지원하는 현대통화이론(MMT)에 대해서는 “이론적 근거가 부족할 뿐 아니라 과도한 인플레이션 유발, 재정의 화폐화 우려,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 및 대외신인도 하락 여러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새 정부의 금융 공약에 대해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는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추진하되 차주의 소득 등 상환능력에 기반한 규제정책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으나 “(배드뱅크의 경우) 국가 방역정책으로 불가피하게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된 취약차주에 대해서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후보자는 최저임금 차등 적용도 거론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을 개선해 내수를 증대시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으나, 급격한 인상은 자영업자 등에 의도치 않은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에 점진적인 조정이 필요하다”며 “향후 업종별·지역별로 임금 지불능력 및 특성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할 경우 인상에 따른 부정적 영향은 축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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