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서울 세종대로를 걷고 있다. 연합뉴스
작년 연말부터 정액급여 등 지속성이 높은 임금이 들썩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회복과 높은 물가 현상이 겹쳐 ‘고물가-임금상승’의 2차 효과로 번지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 조사국(오삼일, 이종하, 배기원)은 25일 ‘최근 노동시장 내 임금상승 압력 평가 및 시사점’ 이슈노트 보고서에서 “최근 임금상승률을 분해해보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에는 지속성이 높은 정액급여와 산업간 공통요인의 기여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연간 명목 임금 상승률은 4.6%로 특별급여 기여도가 1.6%포인트를 차지했다. 코로나19 이전 평균치(2017∼2019년)인 0.2%포인트를 크게 뛰어 넘는 수치다. 코로나19에 호황을 누린 일부 비대면 업종에서 성과급 등을 지급했기 때문이다. 반면 지속적으로 임금 상승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액급여(기본급, 수당 등) 기여도는 2.6%포인트로 코로나19 이전 평균치인 3.6%포인트보다 낮았다. 또한 작년 임금 상승률은 산업간 공통요인 기여도가 4.0%포인트로 코로나19 이전 평균치인 4.3%포인트에 못 미쳤다. 공통요인이라는 것은 전 산업이 함께 공유하는 노동시장 여건을 말한다. 정액급여와 공통요인을 볼 때 구조적인 임금 상승세는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다만 보고서는 작년 연말부터 정액급여와 공통요인이 다소 상승한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경기 충격이 점차 회복되면서 작년 4분기 명목 임금 상승률은 5.2%로 전 분기(5.0%)에 비해 높아졌다. 그런데 같은 기간 정액급여 기여도가 2.6%포인트에서 3.1%로 확대된 반면 특별급여 기여도는 1.9%포인트로 전 분기와 동일했다. 임금 상승률에서 공통요인도 작년 3분기 4.3%포인트에서 4분기 4.8%포인트로 올라갔다.
경기 회복에 따른 임금 상승 추세는 고물가 현상과 겹칠 경우 ‘2차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일반인들은 고물가 발생시 앞으로 물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임금 인상을 요구하게 된다. 그리고 사업주들은 임금 인상 비용을 다시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면서 ‘물가-임금’이 계속 영향을 주며 올라가는 소용돌이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이 같은 2차 효과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로 10년여 만에 최고치였으며, 일반인들의 기대 인플레이션(향후 1년간 물가 전망)도 2.9%까지 올라가면서 8년여 만에 가장 높았다.
보고서는 “노동시장 내 임금상승 압력이 최근 들어 점차 상승하고 있으며, 물가상승 충격은 시차를 두고 임금 상승에 유의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물가상승 → 임금상승 → 물가 추가 상승’의 악순환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으므로 경제 주체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물가 변화의 경우 4분기 시차를 두고 임금에 파급된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파르게 오른 물가가 올해 말 각 기업의 임금 협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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