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를 특정 성으로만 채우지 못하도록 한 법률 시행이 석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적용대상 기업 열 중 둘은 여전히 여성 이사가 1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이에스지(ESG)연구소는 28일 낸 2022년 정기주주총회 분석 보고서에서 “적용대상 167개사 중 성별 다양성이 확보된 기업은 136곳으로 전년보다 54곳 늘었다”고 밝혔다. 올해 주총에서는 72개 기업이 78명의 여성 이사를 선임했다. 적용대상 기업의 여성 임원 수는 100명에서 168명으로 증가했다.
오는 8월5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자본시장법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사는 이사 전원을 특정 성으로만 구성할 수 없게 했다. 여성 이사가 1명도 없는 31개사(19%)는 이때까지 요건을 맞춰야 한다. <한겨레>가 확인한 결과 엘에스(LS), 대우건설, 아시아나항공,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미국 나스닥 시장의 경우 여성이사 1명과, 인종적 다양성 기준을 충족하거나 성 소수자에 해당하는 이사 1명을 함께 선임해야 한다.
국내 상장사 이사회의 여성 비율은 8.7%(2021년 기준)로 중국(13.8%)보다 낮다. 엠에스시아이(MSCI) 보고서 등에 따르면 프랑스는 여성이사가 45.3%에 이르고 독일과 미국은 각각 34.1%, 29.7% 수준이다. 유럽 주요국은 2003년부터 여성이사 할당제를 의무화하거나 권고하는 등 이사회 다양성을 추구해왔다. 노르웨이의 여성이사 의무할당 비율은 40%이며 덴마크는 최고 60%까지 높여야 한다.
여성이사 확대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측면의 위험을 낮추고 이사회 역량 강화로 이어지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대 의결권자문사 아이에스에스(ISS)의 조사를 보면, 주요 역량 19개 항목 중 감사, 전략적 계획 등 11개에서 여성 이사가 더 높은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조윤석 한국이에스지연구소 연구원은 “이사회 구성 다양성이 미래 경쟁력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며 “성별, 나이 등 인구통계학적 요인뿐만 아니라 산업 경험, 전문 분야와 같은 역량의 다양성이 함께 추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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