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제가 말이 많고 빠르고, 워낙 직접적으로 말하는 스타일이다. 시장이 (제 스타일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고, (한국은행 총재가 말하는) 패턴이 과거와 다르다면 시장이 직접적인 말, 원론적인 말 그대로 받아들이고 제 스타일에 익숙해지면 좋겠다.”
한은 총재 취임 이후 처음으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26일 주재한 이창용 한은 총재가 이날 금통위 본회의 직후에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 말이다. 그는 약 40분간 진행된 간담회에서 시종 분명한 어휘와 어조를 사용해 “요즘 인플레이션 현상에 기준금리 인상으로 선제적으로 대응해 잡겠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질문이 다 끝난 뒤에도 따로 한마디를 보태 “오늘 제가 한 말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성장보다는 물가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 영향을 더 크게 보고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이라고 요약 정리했다. 통화정책당국이 금융·실물시장에 보내는 신호를 못 박듯이 간결하고 한층 명확하게 밝힌 셈이다.
환율과 한-미 정책금리 역전 가능성에 대해서도 자신의 판단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달러당 1260~70원대로 환율이 올라갔으나 미국 금리인상과 중국경제 둔화 등이 반영된, 주요국의 공통적 현상이다. 장기로 볼때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안 된다는 경제학적 논리는 없다. 향후에 역전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높아졌으나, 외국인 국내투자나 국내 기관·개인투자자들의 해외투자 규모와 동향을 볼때 자본유출을 크게 걱정할 건 아니다. 지금 환율도 우리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번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 결정문 문구(‘앞으로 당분간 물가에 보다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에 대해서도 “‘당분간’을 수개월이라고 해석하는 건 우리(금통위) 의도와 부합한다”고 확인해주는가 하면, “인플레이션 수준이 올라가고 있는 만큼 ‘향후 기대하는 기준금리 수준’을 시장이 연 2.5%까지 올리고 있는 것도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시장 견해에 대해서까지 중앙은행 총재가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밝힌 건 이례적이다. 정부의 59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 효과에 대해서도 경제성장률을 0.2~0.3%포인트 높이고, 물가에는 0.1%포인트가량 상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이 총재는 추정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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