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소비자 물가가 14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치솟았다. 유류 등 공급 쪽 가격 상승에 더해 코로나19 정상화로 수요까지 부쩍 늘어난 까닭이다. 당분간 물가 고공 행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소비자 물가 동향을 보면 올해 5월 국내 소비자 물가 지수는 지난해 5월에 견줘 5.4% 상승했다. 올해 초 3%대에 머물렀던 물가 상승률이 3월 4%를 넘어서 5%대에 올라선 것이다. 지난달 물가 상승폭은 고유가·고물가를 겪은 이명박 정부 때인 지난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최대다.
품목별로 경유·휘발유 등 공업 제품이 8.3% 오르며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공공요금 인상 여파로 전기·가스·수도 요금이 9.6% 뛰었고, 서비스와 농축수산물 가격도 각각 3.5%, 4.2% 올랐다.
세부 품목별로 보면 등유·경유·휘발유·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 등 연료 가격이 지난해에 견줘 20∼60%가량 급등했다. 외식용 생선회와 치킨 가격은 10%가량 올랐고, 돼지고기·수입 쇠고기 등 먹거리도 가격이 20% 넘게 뛰어올랐다.
체감 물가도 팍팍해졌다. 소비자가 자주 사는 144개 품목 가격을 조사한 생활 물가지수는 지난달 6.7% 상승했다. 2008년 7월(7.1%) 이후 최대 오름폭이다. 생선·채소·과일 등 밥상에 오르는 55개 품목 가격을 조사한 신선 식품 지수도 지난달 2.5% 오르며 가격 상승 폭이 확대됐다.
코로나19 정상화와 소비 회복 등으로 수요 쪽 물가 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다.
계절적인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으로 가격이 널뛸 수 있는 품목을 조사에서 제외하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근원 물가)는 지난달 4.1% 오르며 2009년 4월(4.2%)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 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도 지난달 3.4% 상승하며 2009년 2월(4%)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정부는 물가 관리에 고삐를 죄기로 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차관회의에서 “현 물가 상황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민생 안정 대책의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예산 집행, 관련 법령 개정 등 후속 절차를 최대한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