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전 국무총리(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가 9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교수회관에서 열린 동반성장연구소 10주년 기념식에서 동반성장의 의미와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동반성장연구소 제공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주도하는 동반성장연구소가 설립 10주년을 맞아 더불어 잘사는 사회를 추구하는 동반성장은 최근 글로벌 스탠다드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는 이에스지(ESG) 경영과도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주장했다.
정운찬 전 총리(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는 9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열린 동반성장연구소 10주년 기념식 및 제87회 동반성장포럼에서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과 주병기 서울대 교수와 공동 발표한 ‘동반성장의 철학적 기초’에서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를 중시하는) 이에스지가 추구하는 가치는 동반성장이고, 동반성장은 이에스지를 통해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에스지에서 ‘E’는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S’는 기업의 사회적 가치 추구를, ‘G’는 E와 S를 실현하는데 필요한 제도”라면서 “기업이 파트너기업과 사회에 대한 자신의 외부성(개별 경제 주체가 사회적 비용이나 편익을 고려하지 않고, 사적 편익과 비용만을 고려하여 행동함으로써 발생하는 비효율적인 자원배분)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해소하고자 노력하는 상생협력이 바로 이에스지 성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국무총리를 그만둔 뒤인 2012년 6월 더불어 성장하고 공정하게 나누어 함께 잘사는 사회를 만들자는 목적으로 동반성장연구소를 설립해 이사장을 맡고 있다.
경제계가 지난달 24일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을 갖고 이윤창출이라는 과거의 기업 역할을 넘어서 직원, 주주, 협력회사,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와 함께 발전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터여서 향후 동반성장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지 주목된다 . 최근 중소기업계는 코로나 장기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데도 대기업이 납품단가에 이를 반영해주지 않자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정 전 총리는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 경제학자 케네스 애로우 교수의 견해에서 유추해보면, 현재 한국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구조적 문제의 원인은 우리 시스템이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는 사회적 책임을 제도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성장과 분배는 하나인데, 한국 사회는 이 둘이 충돌하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관계도 경쟁적이고 공정할수록 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낳을 수 있는데도, 기술탈취 등 부정경쟁이 만연하는 동물원이라고 비유될 정도로 상생 관계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전 총리는 “동반성장은 더불어 성장하고 함께 나누는 사회철학”이라면서 “어느 일방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승자독식의 경쟁을 배제하고 참여자 모두에게 정당한 몫이 돌아가는 협력적 경쟁을 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문재인 정부가 강조한 포용적 성장과 동반성장은 똑같이 소득불평등 해소를 목적으로 하는 유사한 개념으로, 동반성장이 포용적 성장을 포함한다”면서 “다만 포용적 성장은 새로운 분배가 정부의 추정에 기반한 외생적 개입에 따른 조세 방식으로 비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반면 동반성장은 정부 역할을 부정하지 않지만 새로운 분배가 동반자적 관계에 있는 자들 간에 이뤄진 내생적 계획이나 분배규칙에 따라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게 차이”라고 설명했다.
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jskw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