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 일대의 모습. 연합뉴스
21일 나온 ‘임대차 시장 안정화 방안’은 매물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전월세 시장에 어느정도 숨통을 튀울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 집을 산 집주인의 실거주 의무를 완화해 신규 입주 단지 등에서는 세 놓는 사람이 늘어나리라는 것이다. 다만 가파르게 오르는 금리가 정책 효과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크다.
부동산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번 방안에서 전월세 시장 안정화 효과를 낼만한 대목은 집주인의 ‘실거주 의무 완화’다. 정부는 현재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아 집을 사면 의무적으로 새 집에서 살도록 하는 규정을 3분기(7∼9월) 중 폐지하기로 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주택을 분양받을 경우 준공 직후부터 최대 5년 동안 실거주하도록 한 규정에서도 전입 기한을 없앤다. 집주인이 실거주 의무를 지키느라 기존 임차인을 퇴거시키는 상황을 막겠다는 의도에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한겨레>에 “1000채 이상 규모 대단지나 신규 입주 단지 등 일부 지역에서는 기존에 잠겨있던 전월세 매물이 나오면서 임대 수요자의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존 임차인에게 버팀목 전세대출의 한도를 늘려주는 조처도 세입자들의 부담을 일부 덜 것으로 보인다. 임대차3법의 계약갱신청구권 시행 2년째가 되는 오는 8월에 집주인들이 한꺼번에 전세금을 올리면서 목돈이 부족한 세입자들이 내몰릴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확대된 대출한도가 1억8000만원(수도권 기준)으로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전세금 중위가격(3억9100만원)에는 한참 못미치지만, 재계약을 앞둔 임차인으로서는 ‘급한 불’을 끌 수 있다.
다만 향후 예상되는 큰 폭의 금리 인상은 정책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늘고 주담대 등의 이자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내집마련 수요가 상당 부분 전월세 수요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방안으로 늘어날 전월세 매물보다, 매수를 미루고 전월세로 주저앉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 전세난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개별 정책의 강도 면에서도 이런 시장 상황을 넘어설 만큼의 ‘한 방’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임대료를 5% 이내로 인상해 재계약한 ‘상생임대인’의 혜택 강화 조처가 대표적이다. 지금과 같은 금리 인상기에는 ‘양도소득세 비과세를 위한 거주요건 면제’와 같은 상생임대인 유인책이 임대료를 올려 받아 얻는 이자 수익보다 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방안은 ‘임대 활성화로 전월세를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정책적 시그널(신호)로 해석된다”면서도 “급격한 금리 상승 앞에서는 ‘백약이 무효’일 수 있다. 현금을 쥐고 있으려는 집주인들이 늘면 세제 혜택 등은 임대료를 낮출 큰 유인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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