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4일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연합뉴스
송옥렬 신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 시절 제자들에게 외모품평 등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공정위원장에 내정된 송 후보자는 지난 2014년 8월 서울대 로스쿨 1학년 학생 100여명과 가진 저녁식사 자리에서 만취한 채 같은 테이블에 앉은 학생들에게 외모품평을 하는 등 성희롱성 발언을 해 학교 내부에서 논란이 됐다. 당시 로스쿨 학생들은 송 교수의 발언을 규탄하는 대자보를 준비하려고 했으나 로스쿨 학장단과 송 교수가 학생들에게 즉시 사과해 일단락 됐다고 한다. 서울대 관계자는 “당시 (성희롱 발언에 대한 문제제기가) 학교에 공식적으로 접수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2014년 9월 <동아일보>는 송 후보자가 학생들에게 “넌 외모가 중상, 넌 중하, 넌 상이다”라는 식으로 품평하고, 한 여학생을 연예인에 빗대 불렀다고 보도했다.
관련 의혹이 확산되자 대통령실과 송 후보자는 이날 오후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은 “검증 과정에서 이 사안과 관련해 발언 경위 및 구체적 내용 등을 확인했다”며 “당시 후보자는 참석자들에게 사과했고 그것으로 일단락된 사안으로 학교의 별도 처분이 없었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송 후보자는 공정위 인사청문회 티에프(TF)를 통해 낸 입장문에서 “2014년 회식 자리에서 부적절한 발언으로 참석한 분들께 불편을 드린 사실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과오를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당시 발언은 동석한 학생의 외모를 칭찬하는 대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사건 이후 언행에 더욱 각별히 유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 후보자는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며 상법 교과서로 불리는 ‘상법 강의’ 등 여러 교재를 썼다. 1969년 정읍에서 태어났으며 1988년 학력고사 수석으로 서울대 법대에 입학한 뒤 1990년 재학 중 사법고시 합격, 사법연수원 연수 기간인 1993년 행정고시와 1994년 외무고시에 합격한 ‘고시 3관왕’이다. 그 뒤 미국 하버드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땄고 2002년 9월부터 약 5개월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일했다. 서울대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조교수, 부교수를 거쳐 2012년부터 정교수로 일했다. 윤석열 대통령과는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다.
송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공정위원장으로 임명되면 윤석열 정부의 ‘시장 자율·규제 완화’ 기조에 발맞춰 친기업적 규제 완화에 시동을 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경제민주화’를 내걸었던 박근혜 정부와 ‘재벌 개혁’을 앞세웠던 문재인 정부를 지나며 강화한 공정거래법상 각종 규제가 다시금 수술대 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송 교수는 공정위가 총수의 사익편취 규제 강화를 논의하던 2018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과다 규제”라며 비판적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지난해 발표한 ‘지주회사 금산분리 규제 재검토’ 논문에서는 “금융지주회사가 산업자본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경제력 집중과 별 관계가 없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에 둘 이유가 없다”며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관련 규제 폐지를 주장했다.
공정위 조사권한의 축소 및 재편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공정위 처분에 대한 불복소송의 3심제 전환, 공정위의 조사·처분권과 심의·의결권 분리, 공정위 조사 시 영장주의 도입 등을 요구해왔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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