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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제자 외모품평’ 송옥렬 공정위원장 후보 “과오 인정…깊이 사과”

등록 2022-07-04 18:37수정 2022-07-05 02:44

2014년 로스쿨 회식 중 제자들 외모 등급 발언
규탄 대자보 준비중 학장단·송 교수 사과로 무마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연합뉴스

송옥렬 신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 시절 제자들에게 외모품평 등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공정위원장에 내정된 송 후보자는 지난 2014년 8월 서울대 로스쿨 1학년 학생 100여명과 가진 저녁식사 자리에서 만취한 채 같은 테이블에 앉은 학생들에게 외모품평을 하는 등 성희롱성 발언을 해 학교 내부에서 논란이 됐다. 당시 로스쿨 학생들은 송 교수의 발언을 규탄하는 대자보를 준비하려고 했으나 로스쿨 학장단과 송 교수가 학생들에게 즉시 사과해 일단락 됐다고 한다. 서울대 관계자는 “당시 (성희롱 발언에 대한 문제제기가) 학교에 공식적으로 접수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2014년 9월 <동아일보>는 송 후보자가 학생들에게 “넌 외모가 중상, 넌 중하, 넌 상이다”라는 식으로 품평하고, 한 여학생을 연예인에 빗대 불렀다고 보도했다.

관련 의혹이 확산되자 대통령실과 송 후보자는 이날 오후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은 “검증 과정에서 이 사안과 관련해 발언 경위 및 구체적 내용 등을 확인했다”며 “당시 후보자는 참석자들에게 사과했고 그것으로 일단락된 사안으로 학교의 별도 처분이 없었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송 후보자는 공정위 인사청문회 티에프(TF)를 통해 낸 입장문에서 “2014년 회식 자리에서 부적절한 발언으로 참석한 분들께 불편을 드린 사실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과오를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당시 발언은 동석한 학생의 외모를 칭찬하는 대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사건 이후 언행에 더욱 각별히 유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 후보자는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며 상법 교과서로 불리는 ‘상법 강의’ 등 여러 교재를 썼다. 1969년 정읍에서 태어났으며 1988년 학력고사 수석으로 서울대 법대에 입학한 뒤 1990년 재학 중 사법고시 합격, 사법연수원 연수 기간인 1993년 행정고시와 1994년 외무고시에 합격한 ‘고시 3관왕’이다. 그 뒤 미국 하버드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땄고 2002년 9월부터 약 5개월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일했다. 서울대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조교수, 부교수를 거쳐 2012년부터 정교수로 일했다. 윤석열 대통령과는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다.

송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공정위원장으로 임명되면 윤석열 정부의 ‘시장 자율·규제 완화’ 기조에 발맞춰 친기업적 규제 완화에 시동을 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경제민주화’를 내걸었던 박근혜 정부와 ‘재벌 개혁’을 앞세웠던 문재인 정부를 지나며 강화한 공정거래법상 각종 규제가 다시금 수술대 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송 교수는 공정위가 총수의 사익편취 규제 강화를 논의하던 2018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과다 규제”라며 비판적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지난해 발표한 ‘지주회사 금산분리 규제 재검토’ 논문에서는 “금융지주회사가 산업자본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경제력 집중과 별 관계가 없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에 둘 이유가 없다”며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관련 규제 폐지를 주장했다.

공정위 조사권한의 축소 및 재편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공정위 처분에 대한 불복소송의 3심제 전환, 공정위의 조사·처분권과 심의·의결권 분리, 공정위 조사 시 영장주의 도입 등을 요구해왔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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