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초대형 원유운반선. 대우조선해양 제공
국내 조선업계가 올해 상반기에 선박 수주 실적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상반기 기준 1위는 2018년 이후 4년 만이다. 조선업 일감은 폭주하고 있음에도 배를 만들 사람은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육상 플랜트 쪽과 비교할 때 임금, 근무 환경이 열악한 사정이 겹쳐 인력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조선업계의 상반기 수주량은 979만CGT(선박 건조량 지표 ‘표준 화물선 환산 톤수’)로 집계됐다고 6일 밝혔다. 전 세계 발주량 2153만CGT의 45.5%에 이른다. 중국이 수주량 935만CGT(43%)로 뒤를 이었다. 금액 기준으로는 한국 47%(265억달러), 중국 40%(223억달러)였다. 산업부는 “코로나19 이연 수요로 선박 발주가 급증한 지난해(상반기 1084만CGT)를 제외하면 2011년 상반기(1036만CGT) 이후 최고 수주량”이라고 설명했다.
상반기 기준 수주량에서 한국은 2018년(664만CGT·35%) 1위를 기록한 뒤 이듬해부터 중국에 줄곧 밀렸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였던 2020년 상반기엔 비중이 14%(133만CGT)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조선업 일감 급증은 구인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당시 침체했던 선박 발주가 2020년 4분기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국내 조선업의 인력난은 이미 심해진 터였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 종사자는 9만명대로 절정기였던 2014년 20만명대에 견줘 절반도 안 된다. 2020년부터 일감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을 고려할 때 현재 필요 인력 수준은 12만명 안팎으로 추산돼 2만~3만명가량 부족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박종식 연구위원은 “2015∼2016년 대형 조선소들이 경영난을 겪어 인력을 많이 줄였다”며 “당시만 해도 ‘떠났다가 때 되면 곧 돌아올 것’으로 보던 분위기였는데 현실은 달랐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이나 배터리 공장 등 육상 플랜트 쪽에 견줘 위험한 일이 많고 임금 수준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설명이다. 인력난을 겪는 조선업에서 일당은 13만~14만원 수준이다. 반도체 시설이나 배터리 공장을 짓는 곳의 일당이 최하 18만원인데 비해 훨씬 낮다. 박 위원은 “선박 건조 작업은 수주한 지 대개 1년 후부터 이뤄지는데, 임금을 포함한 근무 환경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수주한 선박을 누가 만들지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조선사의 수주 잔량은 6월말 3508만CGT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시점(2737만CGT)에 견줘 28% 많은 수준이다. 산업부는 “대형 조선 3사(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이미 2025년 내지 2026년까지 도크 예약이 채워지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수주 잔량 기준 세계 조선소 순위 집계에서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삼호 등 국내 조선소가 나란히 1~4위를 차지했다. 5위는 중국의 후동중화였다.
산업부는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에 따른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 하반기에 추가 발주될 카타르발 엘엔지 운반선을 고려할 때 전 세계 발주 및 국내 수주 호조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자율운항선박, 친환경 선박 등 조선산업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지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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