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상승세로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잔액 증가액이 6월 기준으로는 2004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작았다. 가계가 은행에서 빌리는 신용대출 및 마이너스통장대출 등 ‘기타대출’ 잔액이 전월보다 1조2천억원이나 큰 폭으로 감소한 영향이다.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으로 회사채 발행시장이 얼어붙으면서 6월중 대기업의 은행대출이 10년만에 처음으로 증가하는 이상현상도 나타났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중 금융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은행 가계대출 잔액(1060조8천억원)은 전월보다 3천억원 증가에 그쳤다. 계절적 변동 요인을 고려해 6월만 따져보면, 관련 통계 작성(2004년 1월) 이후 증감액이 가장 작았다. 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중에서 주택담보대출 이외에 ‘기타대출’(270조4천억원, 일반신용대출·신용한도대출·상업용부동산담보대출 등)이 대출금리 상승 영향으로 5월에 비해 1조2천억원 감소한 게 주로 작용했다. 기타대출도 6월만 따져보면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1~6월)로 보면 개인 신용대출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기타대출 잔액은 총 10조2천억원 줄었다. 반면 은행의 6월중 가계 주택담보대출액(789조1천억원)은 5월에 비해 1조4천억원 증가했다.
6월중 은행의 기업대출 쪽을 보면, 대기업대출이 5월보다 6천억원 증가했다. 6월 기준으로 대기업의 은행대출이 증가한 건 2012년 6월(+9천억원) 이후 처음이다. 한은은 “6월 중에는 기업들이 재무비율 관리를 위해 분기말에 대출금 일시상환에 나서고 은행들도 부실채권 매각·상각에 나서면서 계절적으로 대출액이 감소하는 흐름을 보이는데, 이번에는 회사채 직접발행 여건이 나빠지자 기업들이 간접금융(은행 대출)에 나서면서 대기업 대출이 증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채는 신용증권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으로 발행이 부진하면서 1조2천억원 순상환(상환액-발행액)됐다. 6월중 은행의 전체 기업대출잔액은 1125조2천억원으로 전월보다 6조원 증가했다. 역시 6월 기준으로 통계 작성(2009년 6월) 이후 사상 최고 증가액이다.
이날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전 금융권(은행권+비은행권)의 6월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대비 7천억원 증가했다. 비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저축은행, 상호금융, 보험 업권을 중심으로 4천억원 늘었다. 올해 상반기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하반기보다 8천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기 기준으로는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5년 이래 첫 감소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전슬기 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