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이 13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 형벌 규정 개선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가 기업 대표이사 등에게 징역·벌금형 등을 과하는 기존 경제 법률의 형벌 규정을 과징금·영업 정지 등 행정 제재로 완화하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과도한 처벌이 경영 활동을 제약한다는 재계 요청에 따라서다. 특히 이런 처벌 완화의 결정권을 현 정부 ‘실세 부처’로 떠오른 법무부가 갖기로 했다.
정부는 13일 서울청사에서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과 이노공 법무부 차관 주재로 ‘경제 형벌 규정 개선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공정거래위원회·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문화체육관광부·환경부 간부들도 참석했다.
윤석열 정부는 앞서 지난달 새 정부 경제 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경제 법령상 형벌이 기업 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하지 않도록 행정 제재 전환, 형량 합리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14개 부처 차관과 민간 법률 전문가로 이뤄진 티에프는 그간 각 부처가 담당하는 법률 조항을 전수 조사하고,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6단체 등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했다.
티에프는 각 처벌 규정이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형벌인지, 행정 제재로 대체할 수 없는지, 다른 범죄 또는 외국에 비해 처벌이 과도하진 않은지 등을 주로 살펴보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국민 생명·안전·범죄와 관련 없는 단순 행정상 의무·명령 위반은 형벌 규정을 아예 없애거나 행정 제재로 바꾸기로 했다. 예를 들어 법 위반 수위가 가벼운 서류 작성·비치 위반이나 단순 행정 조사 거부 등엔 징역·벌금형 대신 과태료만 매기겠다는 것이다.
또 기존 형벌을 유지할 필요성이 있더라도 합리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범죄를 실행하기 전의 예비·음모 등은 처벌하지 않거나 감경하고, 기업에서 발생한 상해는 사망보다 감형할 방침이다. 국민 생명·안전과 무관한 경제 범죄의 경우 벌금형을 선택할 수 있는 규정 도입도 검토한다.
티에프의 검토 대상에 공정거래법, 중대재해처벌법 등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경련은 지난해 정부 부처 16곳의 소관 경제 법률 301개를 분석해 봤더니 형사 처벌 항목이 6568개라고 밝혔다. 티에프는 부처별 1차 검토를 통해 개선안을 마련하고, 관계 부처 1급 또는 국장급으로 구성한 실무회의 2차 검토를 거쳐 올해 중 순차적으로 개선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각 부처가 제출하는 개선안 초안은 법무부 의견을 조회·반영해 최종적으로 확정하기로 했다. 형벌 규정 완화의 키를 법무부가 쥐는 셈이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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